방법도 명분도 모호…인터넷은행, 中企대출에선 ‘메기’될까?
입력 2018.12.20 07:00|수정 2018.12.21 10:03
    내달 특례법 시행으로 中企대출 가능
    심사 필수지만 대면영업은 막혀 있어
    대면영업 풀려도 걱정…차별성 사라져
    시중銀과 경쟁 예고…특성화 전략 필요
    •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자본확충 숨통이 트였고 중소기업 신용공여도 가능해지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갈 길은 멀다.

      당장 중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기존 명분도 달성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부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까지 열어줘야 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혜를 줄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대면영업 없이 기존 시중은행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도 과제다.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 지분을 4%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나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선 34%로 높아진다. 기업 신용공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중소기업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일부 불가피한 상황에선 대면영업도 가능해진다. 법은 다음달 17일부터 시행된다.

    • 인터넷전문은행은 숙원이던 자본확충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사업 영역과 방식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을 넘어 기업금융 영역에도 진출하며 반쪽짜리 은행에서 탈피할 전망이다.

      먹거리가 늘어나게 되지만 당장 눈에 뜨이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대출은 개인 대출에 비해 규모가 크고 심사가 까다롭다. 재무제표의 신뢰도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제출 자료를 꼼꼼하게 요구하고 살펴야 하며 현장 실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기존 시중은행 심사역들도 경영진을 직접 봐야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곤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자적 장치를 통하여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의 편의증진, 법적기술적 제약으로 전자금융 방식으론 거래를 최종 종료하기 어려운 경우만 예외적으로 대면영업이 가능하다. 기업대출에선 대면영업이 어렵다는 점만으로도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향후 대면영업 영역이 확대된다 쳐도 문제다. 대면영업을 위해선 그만한 인프라와 인력 충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에 대면영업까지 더해지면 기존 시중은행의 업무 형태와 다를 바 없어진다. 가뜩이나 중신용 고객보다는 다른 1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우량등급 고객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했다는 비판이 많다. 하는 일은 같은데 지분보유 한도 등 규제에서 차등을 두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법무법인 금융 담당 변호사는 “법인 대출을 위한 대면영업이 전면 허용되더라도 지점을 설치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며 “이 경우 기존 시중은행과 다른 점이 없어지는데 인터넷전문은행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맞는지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소기업 대출만 허용한 것은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함이지만,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공공 목적도 고려한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이를 굳이 인터넷전문은행에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이미 시중은행들이 의욕적으로 키우려 하는 시장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중소기업 자산 확대가 중요해졌다. 2020년부터는 예대율 산정 시 가계·기업대출 간 가중치(가계대출 +15%, 가계대출 -15%)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덩치가 큰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경기 변동 시 완충 여력도 크지 않다.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규모의 기업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덩치도 아니다. 기존 시중은행 중소기업 고객이 굳이 새로운 거래 관계를 설정하려 할 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시장 진입에 앞서 제2금융권 연계 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소기업 대출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다른 대형 은행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태생부터 가계 여신을 고려해 만들어졌고 현실적 제한도 있어 중소기업 대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IT 기업들이 주주로 있고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성장성을 판단하는 데 강점이 있기 때문에 IT 기업들에는 새로운 자금원이 되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