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정의선 시대, 소유 의지보다 경영 능력 보여줘야
입력 2018.12.20 07:00|수정 2018.12.21 10:03
    • 현대자동차에 정의선 시대의 막이 열렸다. 정몽구 회장의 측근들이 일제히 현대차를 떠났고, 정의선 부회장이 최고 결정권자로서 역할을 온전히 다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던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모처럼 반등했다. 물론 현대차가 공개한 '수소차 비전 2030'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했지만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샀다.

      이제껏 정의선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위시한 가신(家臣)에 둘러 싸여 이렇다 할 경영자로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올해 초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선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가 이제껏 미약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누구보다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어야 할 고위직급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회사에 오점을 남기며 결국 실패했다.

      지배구조 개편 실패는 사실 조직 문제만이 원인은 아니다.

      정부의 채근에 부랴부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허술했다. 계열사 분할합병 방안은, '사업적 시너지 효과'와 '그룹의 경쟁력 제고'와 같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됐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 주주들에겐 환영할만한 소식이었으나, 나머지 계열사 투자자들에는 득이 될 것이 없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다만 현대차가 극심한 사업 부진을 타개할만한 대안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오너 입맛에만 맞는 출자 구조를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동조할 투자자가 있을 리 없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수년간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삼성그룹의 전례를 지켜봤지만 현대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부회장 눈 앞에 현안들이 쌓여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브랜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현대차는 후진하고 있다. 침몰의 기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판매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글로벌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일도 빼놓아선 안 된다.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금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주주정책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야심작 '제네시스'와 'N브랜드'의 시장 안착은 '가성비'에 방점이 찍힌 현대차 이미지를 탈바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유산인 GBC 건립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현대차의 저평가 요인으로 거론되는 고질적인 노조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원만하게 풀어내야 하는 숙제다.

      이를 위해선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부의 목소리를 정 부회장에게 가감 없이 전할 수 있는 '정의선 사단' 구축이 중요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를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들어 글로벌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크고 작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오롯이 독자적인 기술로 경쟁하려던 기존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미래차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에 투자자들은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과 새롭게 현대차를 이끌어갈 조직에 기대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우선이다. 눈앞의 현안들을 하나 둘 해결하고 현대차가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모에 성공한다면, 현대차를 외면한 소비자들과 등돌렸던 투자자들이 다시금 현대차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이 정 부회장의 우군으로 돌아설 때, 다시 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은 명분과 실익을 모두 챙기며 보다 수월히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