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급증한 스팩(SPAC) 상장, IPO시장 침체 '바로미터'
입력 2018.12.24 07:00|수정 2018.12.21 16:46
    상반기 상장 스팩들 일반 청약 대다수 미달
    증시한파로 IPO시장 침체되면서 분위기 바뀌어
    원금·저금리 보장돼 비교적 리스크 낮아 관심↑
    •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연말에 스팩 상장이 몰리고 있는 건 어두운 IPO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총 스팩 상장 건수는 20건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반기와 하반기의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스팩합병상장은 IPO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했다. 공모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다보니 스팩상장보다 직상장을 선호했다. 올 상반기 상장한 스팩들의 일반 청약은 대부분 미달됐다.

      하반기 증시 불안이 심해지면서 중소형사부터 대형사까지 스팩에 관심이 높아졌다. 하반기 들어 IPO 시장 ‘빅3’인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이 모두 스팩 상장에 나섰다. 상반기만 해도 이들 대형 증권사는 스팩 상장이 없었다.

      연말인 12월에만 상장했더나 상장 예정인 스팩이 10곳이나 몰려있다. 작년 12월에 상장한 스팩은 두 건(한국스팩6호, 동부스팩5호)에 불과했다. 이달에만 ‘빅3’을 비롯해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 등이 스팩 청약에 나선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공모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다. 공모가는 2,000원이다. 3년 내에 인수·합병(M&A) 대상 회사를 찾지 못하면 해산한다. 해산할 때는 주주에게 원금과 3년치 이자를 제공한다. 대부분 스팩은 연 1.3~1.9%대의 저금리를 보장한다.

      스팩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IPO시장이 그만큼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올해 IPO시장에선 거래소 심사 미승인, 자진철회, 공모 미매각 등이 유독 많았다. 거래소 심사철회 기업과 공모철회 기업이 20건에 달했다. 증시 침체에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CJ CGV베트남 등 대형 딜(Deal)들도 공모를 철회했다. 크리스F&C, 아시아나IDT, 티웨이항공 3곳은 공모 미매각의 수모를 겪었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 입장에선 심사승인까지 한달 밖에 걸리지 않고 자금조달 규모 조정이 쉬운 등 부담이 적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다.

      다만 공모가와 이자보다 높게 주식을 취득하면 손실을 낼 수도 있다. 스팩은 주가가 급등하면 향후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어렵다. 시총이 커지면 합병 대상 기업 주주가 받는 합병주식 지분율이 낮아져 M&A에 실패할 확률이 올라간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스팩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더불어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도 활발해졌다. 나무기술은 이번달 11일 교보비엔케이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네오셈은 올해 8월에 상장한 대신밸런스제3호스팩과 합병해 내년 1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지니틱스는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올해 4월에 상장한 대신밸런스제5호스팩과 합병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업 관계자는 “스팩상장합병은 공모시장 침체기에 활성화하고 IPO가 잘되면 침체하는 대체재적 성격”이라며 “최근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면서 스팩 투자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공모시장에선 내년 IPO시장도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스팩 상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