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투자에 고민 깊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입력 2018.12.24 07:00|수정 2018.12.21 16:42
    다음주, 국민연금 모멘티브 투심위 열어
    투자 리스크 부담 작지 않아
    다만 부결나도 한국투자증권 투자확약 해
    인수 자체에는 문제 없을 듯
    • KCC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미국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투자를 두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고민이 깊다. KCC컨소시엄의 재무부담이 큰 데다 모멘티브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KCC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1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곧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KCC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SJL파트너스에 대한 출자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의 투자시 규모는 3000억원 미만이며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 지난해 미국 현지 실사까지 다녀왔다. SJL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펀드는 약 6000억원 규모로 펀드조성이 완료되면 모멘티브의 지분 50.5%를 취득한다. 자급모집 완료기간은 2월까지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은 이 펀드에 투자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 투심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다른 연기금의 펀드 출자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단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모멘티브의 성장성과 사업성을 판단했을 때 상각전이익(EBITDA) 대비 7배의 기업가치는 싼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이와 관련해선 국내 신평사들도 KCC의 사업다각화에 대해 재무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인수가격만 놓고 보면 인수자 측에 부담이 없는 가격은 아니다”라며 “차입금 규모 등을 감안해 봤을 때 KCC의 재무상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기금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요인이 투자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거론된다.

      우선 모멘티브의 성장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를 단순 화학회사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고부가 실리콘 업체로 볼 것인지에 따라 투자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멘티브를 화학회사로 보았을 때는 이미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산업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화학산업은 작년, 올해를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시점에 대규모 차입금을 들여서 화학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KCC에도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를 고부가 실리콘 업체로 보았을 때는 다소 긍정적으로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견해다.

      한 기관투자자는 “모멘티브는 2014년 11월 미국의 기업 파산절차인 챕터 11을 거친 회사다”라며 “당시에도 높은 차입금이 부담이 됐던 전례가 있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망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대규모 해외기업을 인수한 경험이 전무한 KCC가 모멘티브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모멘티브는 실리콘 분야에서 세계 3대 업체다. 실리콘 산업에 있어선 KCC와는 규모 면에서 격차가 크다. 이런 점에서 연기금은 KCC가 더 큰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M&A 경험이 없고 ▲심지어 해외기업이기까지 하다는 점에서 과연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할까에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

      이에 대해 KCC 측에선 가급적이면 모멘티브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의 말만 믿을 수도 없다. 그나마 KCC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이 SJL펀드인데 SJL펀드가 이런 부분에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냐는 데에 있어서도 의구심이 크다. KCC와 SJL펀드의 경영진들의 돈독한 관계는 이미 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

      이러다보니 이런 리스크를 떠안고 예상 수익률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금이 투자를 해야 하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굳이 투자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이 펀드조성에 필요한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준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연기금 입장에선 국내기업의 글로벌 기업 인수란 여론에 등 떠밀려 투자에 나서지 않더라도 딜이 무산된데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행여 연기금이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경우 딜 성사여부는 전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SJL펀드가 조성하는 펀드에 LOC를 끊어주는 조건으로 2~3% 수준의 수수료(약 100~200억원)와 KCC로부터 약 4~5%의 투자수익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한투 입장에선 4~5% 수준의 KCC 채권에 투자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며 “다만 연기금에서 투자 결정을 보류할 경우 약 60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떠안아야 하는 만큼 리스크에 대해서 철저하게 검증했는지는 의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