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기업 M&A 키맨은 누구? 네트워킹에 분주한 자문사들
입력 2018.12.27 07:00|수정 2018.12.28 09:44
    올해 SK·CJ 주도 M&A, 내년도 LG·롯데가 '기대주'
    그룹별 M&A 인력 인사이동 막바지…신상필벌 뚜렷
    각 자문사 네트워킹 마련에 분주
    • 2018년 한 해 농사를 끝낸 투자은행(IB)‧회계법인‧법무법인 등 자문사들은 연말까지도 분주한 모습이다. 진행되는 거래(Deal)들을 챙기는 한편, 미뤄진 자문료 정산 요청에 야근도 빈번하다. 특히 분주한 상황에서도 고객사들의 연말 인사 동향과 네트워킹 점검도 놓칠수 없는 핵심 업무로 꼽힌다.

      올 한해 자본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대기업집단은 SK였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18년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총 13건(500억원 이상)의 거래를 단행했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 11번가 분할 및 투자유치, SK해운 매각 및 SK E&S의 발전자회사 지분 매각 등이 주요 거래다.

      SK그룹의 M&A 관련 인사 관전 포인트는 '견제와 균형'이다. 작년 인사에선 도시바 투자를 마친 박정호 사장 관련 부서에서의 승진이, 올해 인사에선 지주사 임원들의 승진이 눈에 띈다. 황근주 SK㈜ 투자1센터장(이전 PM1실)은 부사장직에 올랐다. 강창균 투자1센터 상무가 전무로, 김연태 투자1센터 부장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이용욱 투자2센터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크게는 CEO들과 경영진부터, 작게는 조직 내 인력들까지 수직·수평적으로 끊임없이 M&A 인사들을 경쟁시키는 점이 특징”이라며 “지난해 SKT 인사들을 승진시키면서도 지주 임원 승진을 늦춰 올해 실적을 보이도록 동기 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SK그룹은 여전히 M&A 업계에 큰손으로 남을 예정이다. 관심사는 단연 연초 공식화가 점쳐지는 SKT의 중간지주 전환과 SK하이닉스 지배력 강화다. 박정호 사장과 하이닉스·ADT캡스 인수, 도시바 투자를 함께한 노종원 전무가 연말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던 SK㈜ 지분이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일가(Family Office)로 일부 이전된 만큼 지주사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M&A도 여전히 임원들의 주요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CJ그룹도 올해 M&A 시장에 주연으로 등극했다. 일찌감치 그룹 성장 전략을 '그레이트CJ'(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원 달성)으로 못 박은 데다 이재현 회장도 직접 실적을 챙기며 해외 진출을 하향식(Top-Down)으로 독려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 및 국내 주요 기관들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건스탠리와 법무법인 세종의 조력으로 2조원 대어 쉬완스컴퍼니 인수도 연내 마무리 지었다. 그간 “해외 딜 +조(兆)단위 + CJ 조합이면 더 볼 일 없다”던 타 IB들의 선입견을 깬 랜드마크 거래로 회자된다.

      올 10월 단행된 인사에서도 특별한 전배 없이 기존 M&A 인력들에 힘을 실어준 점이 눈길을 끈다. M&A를 총괄하는 지주사 내 경영전략실은 최은석 부사장의 지휘 아래 두 개 팀, 다섯 개 담당으로 확대 및 개편됐다. 그간 M&A 실무를 주도하던 윤상현 상무가 경영전략1실장에 올라 일부 관리 업무를 맡고, 황득수 M&A담당이 임원으로 승진해 실무를 전담한다.

      다만 계열사간 치열한 M&A 경쟁이 예고된 만큼 그룹 재무구조를 총괄할 지주사와 '실적 달성'이 목표인 계열사간 잡음없이 거래를 진행해야 되는 점은 숙제다. 외부적으론 상대적으로 박한 보수 탓에 여전히 IB업계에 노력 대비 실속 없다는 편견이 남아있는 점이 고민거리로 꼽힌다.

    • 내년도 시장의 잠재 주요 플레이어로는 롯데그룹과 LG그룹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한 때 M&A시장에 항상 이름을 올린 단골 후보 롯데그룹의 복귀는 올해 말부터 점차 본격화됐다. 신동빈 회장 소송에서 활약한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는 최근 금융계열사 매각 등 롯데그룹 자문을 휩쓸고 있다. 일부 경쟁사에선 신 회장의 자문료 정산이 다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관련 자문엔 관심을 끊은 모습이지만, 김앤장의 상대편에서라도 기회를 엿보는 자문사도 보인다.

      지주사 전환이란 급한 불은 끈 데다 그룹 수장의 특수 상황 탓에 국내 고용에 신경을 써야하는 만큼 대형 M&A 거래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미니스톱 인수에 공을 들이며 몸풀기에 나서기도 했다.

      연말 인사에서 윤종민 HR혁신실장이 그룹 계열사 M&A와 투자를 총괄하는 가치경영실장을 새로 맡게 된 점은 자문사 사이 변수로 꼽힌다.

      LG그룹은 구광모 신임 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이 단행한 첫 인사가 윤곽을 드러냈다. 그간 LG그룹과 컨설팅사간 좋지 않은 인연들이 시장에서 회자됐지만,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홍범식 사장을 지주사로 영입한 점이 눈에 띈다. 그룹 법무를 총괄했던 지주사 법무 팀장(부사장)도 이번 인사로 교체됐다. 아직까지도 지주사 내 M&A 조직을 만드는 등 전격적인 조직개편은 없지만, 자본시장과 접점이 있는 인사가 드러나기 시작한 점은 자문사들 사이 호재로 꼽힌다.

      특히 계열사 임원 사이에서도 연말 인사를 기존 업무방식을 전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신호'들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화학사 중 투자 결정을 가장 적기에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나고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한 점이 여전히 거론된다. 기존 업무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를 준 만큼, 그간 보수적 색채에서 벗어나 향후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란 해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의 승계 논의와 맞물려 주요 잠재고객으로 거론된다. 최근 롯데카드·손보·캐피탈 매각 등 금융계열사 매각에도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그룹 경영기획실은 공식적으로 해체했지만, 금춘수 부회장 주도 하에 ㈜한화로 핵심인력이 그대로 옮겨와 동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원부문에서 그룹 자회사 경영 지원과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업무를 관장한다. 올해 한화S&C와 한화시스템간 합병 업무를 주도한 권내현 한화케미칼 경영기획 상무는 이번 인사로 ㈜한화 내 지원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자문사에선 김동관 전무의 최측근이자 그룹 M&A를 총괄해온 민구 전무의 내년도 지주사 복귀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내년 M&A 시장 진입을 둔 기대감은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현안이 진행 중인 데다, 한 곳의 자문사를 정해놓지 않는 특성상 큰 기대를 가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도 신규 M&A보다는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방점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