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생 CEO 밀어내며 친정체제도 강화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그룹 매트릭스 조직이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생 CEO들의 전면배치와 더불어 매트릭스 조직 중심 인사를 통해 조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격', '이변'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번 그룹 경영진 인사를 통해 조 회장의 향후 인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최근 단행된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사장단 인사의 최고 이변으로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GMS부문장(부사장)의 사장 선임이 꼽힌다.
신한금융투자 역대 사장 중 외부 출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2005년 이우근 사장 이후로는 은행 출신 등 주로 그룹 내부 인사들이 역임해왔다. 특정 사업부문의 '전문가'로 그룹에 영입돼 주력 계열사 사장까지 오른 사례는 김병철 사장 내정자가 최초다.
김 사장 내정자 깜짝 인사의 배경으론 GMS부문의 호실적이 꼽힌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시너지를 강조하며 GMS를 조직, 그룹의 60조원 규모 고유자산 운용을 김 사장 내정자에게 맡겼다. GMS 부문에서 시너지가 나며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기매매 수익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2016년 대비 7배 늘었다.
그룹의 통합 투자금융(IB) 매트릭스 조직을 맡아온 이동환 GIB부문장(수석부사장)은 현직에서 물러난다. 1960년대생으로 그룹 CEO군을 세대교체하는 과정에서 1959년생이라는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그룹은 이 부사장을 고문으로 임명해 예우하기로 했다.
다른 매트릭스 조직인 WM사업부문 이창구 부문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글로벌사럽부문 허영택 부문장은 신한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CEO가 되려면 매트릭스 조직을 반드시 거치며 성과를 보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연히 시선은 현직 매트릭스 부문장들이 옮겨간 자리에 새로 임명될 임원들로 향한다. 새 원칙대로라면 핵심적인 '차기 계열사 CEO 후보군'이 되는 까닭이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 후임으로 GMS부문장에 임명된 장동기 현 지주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가 가장 눈에 띈다는 평가다. 장 부사장은 그룹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인수를 총괄 지휘한 인물이다. 혁혁한 공(功)을 세운만큼 이번 인사에서 대우를 받을 것이란 평이 많았다.
계열사 사장 후보군으로도 언급됐지만, 그룹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의 선택은 매트릭스 조직 부문장이었다. 새로이 그룹의 핵심이 된 조직에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한번 더 입증하라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정운진 GIB부문장 내정자, 왕미화 WM사업부문장 내정자, 정지호 글로벌사업부문장 내정자 역시 2년 후 유력한 계열사 대표 후보군에 올랐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의 후폭풍도 적지 않은데 1958년생 핵심 CEO들이 교체 대상이 된 까닭이다.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 김형진 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2년 전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그룹 회장직을 두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초 '2+1' 연임도 점쳐졌지만, 결국 2년의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다.
새 GIB 부문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임 이동환 부사장은 신한금융 내 손꼽히는 IB 전문가였다. 정운진 신임 부문장 내정자는 전략·기획 전문가로 IB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정 내정자는 주로 지주 전략기획팀·종합기획부에서 경력을 쌓았고 현재도 신한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2월 26일 10:4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