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냐 MBK냐"…이랜드리테일 선택의 기로 앞
입력 2019.01.03 07:00|수정 2019.01.04 10:24
    큐리어스 등 FI 수익보장 위해 상장 또는 콜옵션 행사
    콜옵션 행사자금 확보하려면 새 FI 유치 불가피
    상장과 양립불가능한 사안들…줄다리기 예상
    • 이랜드그룹이 자금 조달 방안을 두고 저울질을 시작했다. 대외적으론 지난해 이랜드리테일 상장절차를 돌연 철회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상장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반면 한켠에서는 MBK파트너스로 대표되는 ‘네임밸류’ 있는 재무적투자자를 새로 유치, 큐리어스 컨소시엄 등 기존 투자자를 대체하고 상장을 다소 늦추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문제는 이 두 옵션은 사실상 양립불가능한 사안들이라는데서 비롯된다. 진행과정에서 각각의 투자자들과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받는다. 표면상 만기는 3개월이지만, 이랜드측의 조기상환조건이 부여돼 실질 만기는 1개월짜리 초단기대출로 알려졌다.

      이랜드 측은 이를 활용, 이랜드월드가 메리츠금융그룹로부터 조달한 4000억원 규모 사모사채도 상환할 예정이다. 이랜드월드의 사모사채는 새해부터 가산(Step-up) 조항이 부여돼 10%에 가까운 고금리에 육박할 상황이었다. 새로 조달하는 자금은 현 금리보단 낮은 합리적 수준에서 논의 중이다.

      이랜드 측은 브릿지론 투자자로 막바지까지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NH투자증권 및 미래에셋대우를 저울질 해왔다. NH와 미래에셋 두 증권사에선 양 사 각각 1300억원씩 총 26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에 한국투자증권을 선택했다.

      다만 이 거래는 표면상 금융권에서 단기자금조달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후속 거래들과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특별한 이해 관계없이 이랜드측에 유동성을 제공하거나 제안하진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자금 상황이 다급한건 이랜드 측이다. 최근 이랜드월드가 쥬얼리사업부 매각‧중국 티니위니 잔금 유입‧사이판 리조트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금 유입까진 일정정도 시차가 있다. 반면 앵커에쿼티파트너스(2000억원)와 메리츠금융그룹 등 상환할 자금의 만기는 속속들이 도래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주관사인 점, NH와 미래에셋은 이랜드리테일의 잠재 재무적투자자(FI)로 거론되는 MBK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주요 투자자인 점도 거론된다. 이랜드 측과 잠재 후보들이 논의한 거래 규모는 총 7000억원으로 선순위 투자자로 MBK SSF-JKL 컨소시엄이 각각 1000억원씩 2000억원을 투자하고, 5000억원을 선순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구조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맡는다.

      이랜드 입장에선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연기하고 다시 새 투자자를 찾는 방식도 선택지로 확보한 셈이다. 브릿지론 조달과 무관하게 양 측의 협상도 여전히 열려있다. 이랜드는 “이번 브릿지론 조달과 이랜드리테일의 재무적투자자(FI) 협상은 전혀 별개의 거래”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작 관건은 2017년 6월에 이랜드리테일에 투자한 큐리어스 컨소시엄 등 기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합의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6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큐리어스파트너스, 큐캐피탈 등 컨소시엄에 6000억원을 받고 팔았다. 당시 투자자에 2019년 6월까지 IPO 이후 구주매출을 통한 회수(Exit)을 약속했다.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 이랜드는 추후 특정 가격에 지분을 매입(Call-option)해야 한다.

      행여 매입해주지 못하면 이랜드리테일 경영권을 빼앗긴다. 큐리어스 컨소시엄은 이랜드리테일 상장이나 콜옵션이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69%에 더해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지분 28.7%까지 포함해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조항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이랜드리테일의 옵션은 '새해 상반기 상장'이냐, '콜옵션'이냐로 귀결된다.

      문제는 최근 주식 시장을 감안할때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될것이냐 여부다. 이랜드리테일의 현금창출력이 높고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비율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기업가치가 좋은가와 공모가격이 충분히 높게 형성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상장을 하더라도 큐리어스 등에 엑시트가 가능한 목표 공모가인 2조원 이상 가치평가(Valuation)를 얻지 못할 경우. 결국 이랜드가 FI에 보장한 수익을 보장하려면 이랜드의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내부자금으로는 어렵다. 결국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 유치가 불가피하고, 이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양쪽 투자자들과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상황이다.

      다만 이랜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비책을 둬야하기 때문에 검토했던 사안은 맞지만, 현재는 전혀 상장 외 다른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을 밝혔다. 이랜드측은 현재 이랜드리테일 한국거래소(KRX)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랜드로서는 추후 새 투자자를 유치하더라도 당장 결론을 짓기보다는 최대한 '상장가능성'이란 카드를 활용, 마지막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협상전략을 쓸 수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해가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결국 가치평가 이후 그룹 태도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랜드 측 주장대로 새 투자자들과 협상 창구를 아예 닫은 채 IPO만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