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중국 인기 높은 지금이 매각 최적기
넥슨 중국 매출 비중 절반에 텐센트가 주요 배급사…유력후보
김정주 회장 이번 매각으로 국내 규제에선 벗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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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회장이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 공개매각에 나섰고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텐센트가 경영권 매각보다는 게임 지적재산권(IP) 인수에 관심이 많은 점, 또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독점력이 지나치게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김정주 회장은 도이치뱅크 뉴욕지점을 통해 배포한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통해 일본 상장된 넥슨 지분 45% 가량에 대한 매각의사를 밝혔다. 넥슨의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으로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47.98%)만 6조원에 이른다. 인수제안을 받은 곳은 텐센트와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다.
◇지분 팔려면 지금이 기회…김정주 회장 엑시트(Exit)거래
넥슨 매각의 원인으로 여러 상황이 언급되고 있다. 게임산업의 규제 강화 흐름, 사업하기 어려운 국내 재계 환경, 그리고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주식제공 혐의로 2년간 재판을 겪은 김정주 회장 개인의 어려움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 꼽는 이번 매각의 핵심적인 동기는 '시기'다. 지금 넥슨의 기업가치가 꼭지(최정점)에 해당되고 향후 성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지분을 팔 상황이라면 지금이 최적기라는 의미다.
그간 넥슨은 넷마블·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탑3' (혹은 3N)게임사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엔 게임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주력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2006년 론칭한 '던전앤파이터'와 2012년부터 국내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피파온라인' 시리즈 정도다.
특히 2015년 이후 게임업체들의 '전쟁터'가 된 모바일 부문 대응력이 크게 떨어졌다. 당장 국내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 20위권 내에선 넥슨의 게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듀랑고'·'액스'·'오버히트' 등 기대작으로 꼽히던 모바일 초대형 게임들은 초반에만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곧 경쟁에 밀려났다.
또 2010년대초 100주 연속 PC방 이용시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넥슨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던 1인칭총싸움게임(FPS) '서든어택'은 리그오브레전드(LoL)·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에 밀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 PC방 통계사이트 게임트릭스 기준 서든어택 점유율은 4.25%로 전성기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 증권사 인터넷·미디어 담당 연구원은 "지금의 넥슨은 서든어택이 전국 PC방을 주름잡고 있던 시절과는 존재감이 다르다"며 "넥슨이 수년만에 론칭한 PC온라인 게임인 '아스텔리아'는 12월 성수기에 TV 광고까지 했음에도 점유율 20위권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규게임을 개발해 흥행하기 어려운 회사가 됐다는 지적이 뼈아픈 상황이다. 넥슨이 직접 대규모 개발비를 들여 개발 후 론칭한 게임들의 성적이 유달리 좋지 않았다.
무려 600억원을 들여 넥슨 내 왓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는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200위권 밖에 위치해있다. 또 자회사 넥슨지티가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서든어택2'는 지나친 성상품화와 P2W(Pay to Win;돈을 쓰는 사람이 이기는 구성)식 결제 유도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가 정식 오픈 23일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는 '우울한 역사'를 쓰기도 했다.
지금 '넥슨의 주력 게임은 대부분 외부 개발사가 게임을 공개한 이후, 해당 개발사를 인수해 확보한 게임들이다. 서든어택(개발사 게임하이), 메이플스토리(개발사 위젯), 던전앤파이터(개발사 네오플)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 개발사라기보단 '투자회사'이자 '퍼블리셔'로서의 이미지가 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이지만 넥슨의 현금창출력은 여전하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만 1조57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인기가 살아있다. 그러니 매각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의미다.
매각으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도 거론되지만 실질적은 영향은 적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해외에 팔린다고 할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의 매각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되겠지만, 업계에서 보자면 '퍼블리셔'회사의 대주주 변경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이번 매각은 김정주 회장 개인 엑시트 거래에 해당된다. 거래가 종결되면 김 회장은 국내 규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사실상 글로벌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기업인이 국내 여러 규제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영권 매각으로도 해석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오랜 기간 검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국내 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라며 “이미 룩셈부르크에 NXC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엔액스앰에이치(NXMH)를 세우고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 지분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칼자루 쥔 후보는 역시 '텐센트'
1순위로 꼽히는 예상 인수후보는 단연 텐센트다. 매각대상 지분의 시가만 6조원이 되는 회사, 그것도 규제요인이 큰 게임회사를 이 가격에 인수할 국내 대기업이나 다른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사모펀드(PEF)를 위시한 재무적투자자(FI)들로서도 거래규모가 부담되어 공동투자자(Co-Investor)를 찾아야 하는데다 여기에도 SI가 참여해야 할 상황이다.
수조원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중국의 텐센트를 비롯한 글로벌 게임사, 그리고 KKR, TPG 정도의 글로벌 사모펀드 정도다. 티저레터도 이들 정도에게만 우선 배포됐다.
그중 텐센트는 여러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선 넥슨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이 꼽힌다. 지난해 기준 넥슨의 실적은 매출액 2349억앤(2조4000억원), 영업이익 905억엔(9125억원), 당기순이익 568억엔(5727억원)으로 지역별로는 중국 49.1%, 한국 34.3%, 일본 7.3%, 북미 4% 수준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여전히 상당수 매출은 던전앤파이터가 담당한다.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동원할 수 있는 카드도 많다.
텐센트 지분 일부와 넥슨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텐센트는 시총만 300조원이 넘는다. 텐센트 입장에선 2% 지분으로 넥슨을 인수할 수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서도 텐센트의 주주로서 활동 폭이 더욱 넓어 질 수 있다.
다만 공개매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텐센트가 얼마나 베팅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텐센트는 그간 경영권 인수 보다는 게임 IP 확보나 소수지분 투자에 중점적으로 나서왔다. 이미 던전앤파이터 배급권을 가진 상황에서 무리해서까지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또한 넥슨 경영권 인수로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높은 독점력으로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김 회장 입장에선 텐센트에 대항할 새로운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거나 FI를 끌어들여 매각 가격 높이기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PEF들로서는 넥슨이 상장사인데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투자를 검토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텐센트를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게임사인 EA등이 인수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IB들은 글로벌 본사차원에서 새 인수후보(SI)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텐센트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한 가격을 지불할 만한 SI가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매각 흥행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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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1월 03일 18: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