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BNK금융 지분 매각도 난제
입력 2019.01.08 07:00|수정 2019.01.09 09:54
    BNK 최대주주 지분, 외부 매각할 듯
    금융지주·대기업·PEF 모두 인수 어려워
    시장서 처리하자니 안정성 훼손 우려
    • 롯데그룹은 금융 계열사 매각을 완료하면 BNK금융지주 지분 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확실한 주인을 찾아주자니 인수자가 마땅치 않고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지주회사 밖으로 지분을 모으거나 시장에 지분을 흩뿌리는 것도 여의치 않아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법상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2년안에 금융회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주관사를 선정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최근 주요 후보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올해 들어선 롯데캐피탈 매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금융사를 묶어 파는 것이 수월하지만 현실화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수 후보마다 원하는 대상이 다르다. 금융업 전반의 매력도는 떨어지는데 매각 회사들의 덩치는 크다. 꼭 묶어서 팔아야 한다면 후보군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 롯데그룹은 BNK금융 지분도 가지고 있다. 롯데지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1.14%(작년 9월말 기준)다. 국민연금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오갔는데, 국민연금이 지분을 줄이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 지분들도 기한 안에 정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주요 금융사 매각만큼 시급하지는 않고 규모도 작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BNK금융 지분을 그룹 안에서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요 금융사들도 지주 밖 계열사로 모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장고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 경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고 있는 금융지주 지분을 계속 보유할 실익이 많지 않다. 지방은행을 통해 금융업무 지역분산,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던 때와 달리 기업 주주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금융사 패키지 매각처럼 BNK금융도 계열사 보유지분을 묶어서 파는 편이 수월하지만 마땅한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렵다.

      금융회사 대주주가 바뀔 경우 재무건전성 요건 등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롯데그룹으로부터 지분을 받아가는 곳은 이를 거쳐야 한다.

      금융지주도 금융회사다 보니 금융주력자, 즉 금융지주가 인수하는 편이 가장 잡음이 적을 수 있다. 지분을 늘릴 때도 유리하다. 관련법 상 ‘은행지주회사’는 은행 혹은 은행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해 1곳 이상의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다. 금융지주가 금융지주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는 상장사인 자회사의 경우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19%가량의 지분을 더 사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회사만 거느려야 한다거나, 손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규정 적용도 모호해진다. 은행이 은행을 거느릴 수 없도록 한 취지를 감안하면 지주 역시 지주를 거느리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금융지주 지분 일부를 투자 목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주주 지분을 가져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지방금융지주 지분 한도(15%) 이내를 가져가는 것도 금융당국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이상 지분을 가져간다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이 롯데로부터 지분을 받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 금융지주 주식이 크게 돈이 되지 않는 데다 규제는 많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 후에도 금융그룹통합감독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BNK금융은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 후보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금융지주 지분을 받으려는 대기업이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회사는 2년마다 적격성 유지 심사도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최다출자자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최총 1인에 대해 법 위반 사실 등을 심사하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 총수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일부 그룹 총수 일가가 사모펀드(PEF)에 지분을 매각한 데 대해 개선으로 볼 수 있는지 판단을 유보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 시스템 안정을 최우선시 하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단독으로 금융지주 최대주주에 오를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들이 지분을 알아서 희석시켜 나가는 편이 부담이 덜할 수 있다.

      그러나 고점 대비 주가가 많이 빠져 있는 데다 올해 금융업 전망도 썩 밝지만은 않다. 돈이 최우선 목적은 아니지만 시기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도 급격한 주주 구성 변동이나 불확실성을 원치 않는다.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온 롯데그룹은 BNK금융 지분 정리에서도 정부 의중을 살피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