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변호사 진출 7년, 법무법인은 여전히 적응 중
입력 2019.01.08 07:00|수정 2019.01.09 09:55
    로스쿨 도입 10년 넘었지만 여전히 불만 있어
    연수원 출신 대비 ‘절대 공부 시간 부족’ 지적
    “행동 방식 달라”…다양한 경험 유입도 아쉬워
    로스쿨로 인력 배출 일원화…”시대 흐름 따라야”
    •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된 지 일곱 해가 지났지만 법무법인들은 여전히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절대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률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009년 문을 연 로스쿨은 올해 11번째 신입생을 맞는다. 2012년 1회 변호사시험을 시작으로 매년 1500명 내외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8회 변호사시험은 오는 8일부터 치러진다. 사법시험은 로스쿨 도입 후 점차 합격자 수를 줄였고, 2017년을 끝으로 문이 닫혔다.

    • 앞으로 로스쿨 출신으로만 신입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법무법인들은 고심이 깊다. 주축은 사법시험 출신 파트너 변호사들인데 새로 들어오는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이라는 점에서 괴리가 생기고 있다.

      자주 거론되는 점은 사법시험 출신에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우려됐던 부분이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많을 때는 법무법인의 로스쿨 출신 인력 영입이 일종의 공헌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과거 사법시험은 대부분 법학 전공자들이 학부를 거쳐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합격 후에도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해야 했다. 사법연수원에선 2년간 현직 법조인으로부터 판결문, 공소장, 답변서 작성 등 실무를 집중적으로 배운다.

      반면 로스쿨 변호사들은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법학을 접할 시간은 물론 실무 경험도 짧을 수밖에 없다. 로스쿨 3년을 거치는데,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진로도 일찍 정해진 경우는 사실상 공부 기간이 2년에 그치기도 한다. 일각에선 법전을 보지 않은 것 같다는 푸념도 나온다. 로스쿨시험 및 변호사시험 합격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보니 법학의 기초 이론에 다소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로스쿨 변호사들은 공부를 많이 했고 우수한 인력이기 때문에 실무를 따라잡는 데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법의 기본원칙이나 구성 논리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소송 시 기존 판례에 따라 대응하고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할 때는 헤매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행동과 사고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다. 사법연수원은 그대로 하나의 사회이면서 보수성도 강해 저절로 조직 문화를 습득하게 된다. 반면 로스쿨은 학교 울타리 안에 있다 보니 졸업 후에야 본격적인 경험을 쌓는다. 법률시장에 진입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B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입사 초기엔 사법연수원 출신에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라며 “젊은 나이에 법률시장에 들어온 변호사들이 늘어난 데다 자기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일을 시키기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아직은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익숙하고 편하다. 외부 법무법인들은 여전히 연수원 출신이 핵심이고 관계도 돈독하다. 사내 변호사도 경력자를 뽑아야 하는 경우라면 사법시험 출신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논점 파악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연수원을 거치지 않은 탓인지 실무보다는 학설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법조인의 수를 늘려 양질의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아울러 법 전공자 외에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력도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 수는 늘었지만 취지에 맞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됐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초기엔 법학 전공자 비중이 낮았다가 합격률이 꺾이면서 법학 전공자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다.

      C 법무법인 관계자는 “로스쿨 초기엔 다른 전공이나 현업에서 활동하던 인력이 많이 입학했지만 이후엔 그 비중이 좀 낮아진 분위기”라며 “다른 이력들도 실제 법률자문에 얼마나 실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로스쿨로 일원화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의 변화가 없는 한 로스쿨 인력 비중 증가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D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송무에 있어선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간 역량차가 있지만 자문은 어차피 모두 새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며 “어차피 로스쿨 외에 다른 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키우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