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쳐 길 잃은 카카오T…수천억 투자한 TPG 고심
입력 2019.01.16 07:00|수정 2019.01.15 17:40
    신규 사업 벌일 때마다 잡음에 도입 지연
    이익 창출 급하지만 소통 부재에 대응도 아쉬워
    논란 틈타 티맵택시 약진…핵심 기반 흔들
    • 카카오T(법인명 카카오모빌리티)의 발걸음이 무겁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구설에 올랐고 시간을 허비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놓고 논란이 극대화했고 경쟁자에 시장을 넓힐 여지를 주게 됐다.

      카카오T의 역사는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만 해도 O2O(Online to Offline) 사업부로 택시호출 외에 꽃배달, 미용실 예약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고려됐다. 고민을 거듭하며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등 이동 맥락 서비스들이 모아졌다. 2017년 8월 카카오모빌리티가 독립 출범했고, 같은 해 10월 통합앱 카카오T가 출시됐다.

      강력한 플랫폼에 비해 먹거리가 부족했던 카카오는 카카오T로 ‘서비스의 현금화’에 성공했다. 2017년말부터 작년초까지 걸쳐 글로벌 사모펀드 TPG와 일부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규모는 대외적 상징성을 고려해 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닦았으나 지금까지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택시호출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T는 작년 3월 웃돈을 주면 택시를 더 빠르게 배차해주는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대 5000원의 서비스 이용료를 구상했으나 정부와 서울시,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1000원 요금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내는 데 그쳤고, ‘즉시배차’ 서비스 역시 연내 출시를 꾀했으나 쉽지 않았다.

      작년 11월엔 대리운전 유료 콜 서비스인 ‘프로서비스’가 도마에 올랐다. 대리기사들은 치열한 경쟁 환경을 감안하면 결국 모두가 이용료를 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카카오가 낮은 수수료와 보험료를 약속하고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했지만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주차관리 서비스는 택시 호출과 달리 이미 유력 사업자들이 많다.

      카풀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3월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했고 최근 합병을 마쳤다. 12월 7일 카풀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17일 정식 서비스를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이번에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어 택시기사의 사고까지 일어나며 논란이 커졌다.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 시작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시범서비스 중단까지 공식 선언했다.

      카카오T가 서비스 출시 때마다 내놓은 유인책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논란이 커질 때 대응도 아쉬웠다. 사전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아 일을 키우기도 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서비스 도입과 이익 현실화는 늦어졌다.

      택시호출 서비스 유료화는 택시 기사들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면 근로 시간이 늘고 고질적인 공급 부족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

      그러나 취지보다 ‘유료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장의 외면을 불러왔다. 이후 시장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으나 분위기를 되돌리긴 쉽지 않았다. 투자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풀 서비스에선 1회, 3만원 한정으로 요금 100%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택시업계가 총파업에 돌입한 날에 이벤트를 시작하며 빈축을 샀다.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며 곧 이벤트를 중단하긴 했지만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카카오 입장에선 카카오T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카카오는 올해 초 해외주식예탁증권(GDR)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전까지 현금 확보에 애를 먹었다. 여전히 멜론 등 일부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다. 카카오T 투자자 입장에서도 빠르게 유료화를 달성해야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려놓은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자금력으로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다. 투자금 5000억원 중 3000억원은 카카오 보유 주식을 사는 데 쓰였고, 카카오T에 들어간 자금(신주발행)은 2000억원에 그친다. 다른 IT 플랫폼 사업자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시장 지배력이 높은 카카오T는 새 서비스를 개시할 때에도 눈에 띄는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 골치 아파진 곳은 TPG아시아다.

      TPG에게 이 투자건은 이상훈 대표 영입후 국내에서 활동을 강화하면서 보인 '플래그십'거래에 해당된다. 카카오T에 들어가는 서비스 종류를 정하는 등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적극 참여했다.

      TPG는 카카오T 5000억원 투자금 가운데 4500억원 가량을 직접 댔고 지분 28%가량을 확보했다. 일부 투자자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그 부분까지 마련하기 위해 본사를 설득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두 보통주 투자다.

      글로벌 TPG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 혁신적인 서비스에 적극 투자해왔다. 카카오T 투자 역시 그간의 투자 성향에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규제와 산업환경 변화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시 지분 100% 가치를 1조6000억원가량으로 평가했다. 다른 경쟁사가 2조원 이상을 제시했던 것보다는 낮지만 상승 기류를 타지 못한 현재로선 부담스러운 수치다. 계속 사업을 할 카카오야 기다릴만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시간 지연이 곧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와중에 오히려 대항마이자 경쟁자인 SK텔레콤 티맵만 '어부지리' 효과를 누렸다.

      SK텔레콤은 지난 30일 티맵택시(T map 택시)의 월간 실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가 12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체 택시 호출앱 이용 규모가 월평균 65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이 티맵택시를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가입 기사 수도 11월 5일 6만5000명에서 11월 24일 10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에 구글 자체 지도 대신 카카오 내비가 탑재된 점을 아쉬워했었다. 티맵택시가 아직은 카카오T의 아성을 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논란이 이어지던 차에 일어난 변화라 뼈아플 수밖에 없다.

      택시 업계의 민심은 들썩이고 있다. 카카오T와 티맵택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 됐다. 카카오T의 편리함은 당연시됐고,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