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어피너티, 오비맥주 매각차익 세금 5000억 되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9.01.24 07:00|수정 2019.01.24 09:37
    국세청, KKR-어피너티에 세금 6000억가량 과세
    KKR-어피너티, 조세심판원에 불복
    조세심판원, KKR-어피너티 손 들어주면 5000억 돌려 받아
    결과 따라 외국계 사모펀드 수조원 수익 달라져
    • 오비맥주 매각이 마무리된 지 5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규모 매각차익을 얻은 외국계 사모펀드(PEF)에 대한 과세 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들 PEF는 거래 당시 납세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지만,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관련 건이 조세심판원에 계류 중이다. 올해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는 납부한 세금 중 5000억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2014년 글로벌 PEF인 KKR과 어피너티는 58억달러(약 6조1000억원)에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했다. 이 거래로 이들이 남긴 수익만 40억달러(약 4조2500억원)에 이른다. 거둬 들인 수익이 큰 만큼 과세금액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는 외국에서 얻은 매각차익을 ‘국내원천소득’으로 간주한다. 이런 소득에 대해서는 ‘지급액의 10%’ 또는 ‘양도소득 20%’ 가운데 적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이를 감안하면 이들 PEF는 매각대금 58억달러의 10%인 5억8000만달러(한화 약6250억원) 혹은 양도소득 40억달러의 20%인 32억달러(한화 약8600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인 6250억원을 한국 과세당국에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법인세를 KKR과 어피너티에 물릴 것인지, 아니면 이들 PEF에 투자한 투자자(LP)에 부담하게 할 지에 따라 과세금액이 달라진다.

      PEF에 과세하게 되면 이들은 6250억원을 한국 과세당국에 내야 한다. 반면 LP에 과세하게 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대폭 줄어든다. 정부가 2012년 내놓은 원천징수특례규정에 따르면 국외투자기구의 일종인 사모펀드가 국내투자소득의 LP를 공개하면, LP의 소속국가와 한국 정부가 체결한 조세조약을 적용해 과세하게 된다.

      KKR과 어피너티의 LP명단을 살펴보면 투자금을 댄 투자자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몰려있다. 일례로 어피너티 3호펀드(Affinity Asia Pacific Fund 3)의 투자자로는 미국 캘퍼스(CalPERS)와 캘리포니아 교원연금(CalSTRS), 오레곤 연기금 펀드가 있고 4호 펀드(Affinity Asia Pacific Ⅳ)는 워싱턴 주립투자기구(Washington State Investment Board), 뉴멕시코 주립투자기구(New Mexico State Investment Council)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979년 체결한 한-미 조세조약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한국 과세권이 명기돼 있지 않다. 즉 미국에 거주하는 KKR과 어피너티의 투자자들은 오비맥주 매각차익 세금을 한국에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를 적용하면 펀드에 과세된 6000억원가량 중에서 25~35% 정도만 내면 돼 약 5000억원의 절세효과가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당시 KKR-어니너티는 “상위 투자자 정보 및 국외투자기구 제도에 따른 과세대상 양도차익 법인세를 거래시점에 납부하겠다”라고 밝혔다.

      국세청의 해석은 달랐다.

      국세청은 2012년 이후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해 PEF에 과세했다. 대법원은 2012년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차익에 대해 PEF에 과세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연이어 나온 유사 사례에서도 일관되게 PEF에 과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KKR과 어피너티에 과세를 추진해 6000억원의 세금을 걷었다.

      KKR과 어피너티는 국세청의 결정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의뢰하며 불복절차에 들어갔다. 정부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LP에 과세해야 정당하나, 국세청이 펀드에 과세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게 생겼다는 것이 이유다.

      관련사건은 아직까지 조세심판원에 계류 중이다. 결과에 따라 PEF들은 500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오비맥주 이후 외국계 PEF가 거둬들인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금액이 결정된다. 외국계 PEF들로선 수조원의 수익이 오고 가는 중요한 일이다.

      세법 전문가들은 조세심판원이 어느 편을 들어주기가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안에 따라 LP에 과세하는 방향으로 손을 들어주면 당장 국가가 거둬 들일 수조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대법원이 일관되게 내린 판결을 뒤집는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국세청 손을 들어주자니 국제적인 관례에도 어긋나고 정부가 내놓은 규정에도 위배된다. 금액이 워낙 커 PEF들은 이를 또다시 법원으로 가져 갈 것이 뻔하다.

      한 국제세무 전문가는 “큰 틀에선 LP에 과세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라며 “다만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는데다가 먹튀 논란이 반복되는 외국계 PEF의 손을 들어주게 돼 조세심판원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