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형 호텔'
입력 2019.01.25 07:00|수정 2019.01.24 18:37
    저금리·해외 관광객 유치 타고 호황
    고수익 보장 내걸었지만 수익 부진
    개인 투자자 보호받기도 어려워
    금융사도 투자 손실로 부담 느껴
    • 수익형 호텔은 높은 기대수익률로 각광 받았다. 그런데 잡음이 커지고 있다. 투자 유치와 관리가 허술하고 객실 수요 변동에 따른 대응도 취약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보장 수익률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관련 자산을 쌓은 금융회사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수익형 호텔(분양형 호텔)은 투자자에게 개별 객실을 분양하면서 마련된 자금으로 지어진다. 투자자는 호텔 운영 성과를 나눠 갖는다. 2012년 정부는 호텔 객실을 분양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고, 중국 관광객 급증이 맞물리며 호황을 맞았다.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수익형 호텔이 들어섰다.

      투자자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높은 이익률을 바랐다.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관광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관광객은 2017년 사드 사태 후 크게 줄었다. 그 전 해외 관광객 증가세를 보고 사업에 나선 수익형 호텔이 타격을 입었다. 국제 행사 등 호재가 있는 지역으로 몰리다 보니 경쟁은 심화하고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 완공 이후 성과는 운영사의 실력에 따라 갈린다. 운영사는 대형 체인과 달리 호텔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거나 영세한 곳들이 많다. 이익을 내기 쉽지 않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애초에 상품의 성격도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받기 어렵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제도 마련에 나섰으나 사적 계약이다보니 얼마나 관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회수 불확실성을 우려해 위축된 분위기다. 한 대기업 계열 개발회사는 최근 제주에서 20년간 6%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려 했으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도 소재 수익형 호텔은 끊임 없이 분양 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수익형 호텔 투자로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수익률을 약속한 당사자인 시행사는 문제가 생길 즈음엔 이미 청산하고 없어 투자자가 민사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예측이 잘못 됐다고 주장하면 형사 책임도 묻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개인 투자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텔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금융에 참여하거나 개인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금융회사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엔 우발채무 확대 부담이 커진다.

      은행들은 수익형 호텔과 거리를 둔 지 오래다. 본래 위험성 높은 투자를 지양하기도 하지만 2016년 서울과 제주에서 5곳의 호텔을 운영하던 폴앤파트너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경각심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은행들도 수익형 호텔에선 담보 가치보다 현금 흐름을 중시한다.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면 애초에 자금을 집행하지 않는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가지지만 고민은 비슷하다.

      한 증권사 부동산 담당 임원은 “주로 프로젝트금융 주선을 하는데 증권사가 투자하기에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확실한 업체가 호텔을 운영하고 마스터리스 해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곳들이 많아 수익형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자에 직접 자금을 대는 금융사들은 부담이 더 크다. 수익형 호텔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을 찾는다. 중도금부터 빌리면 자체 자금보다 빌린 돈이 많다. 호텔 수익이 나지 않으면 당장 원리금 상환 여력이 줄어든다.

      금융사는 유사시 투자자의 객실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상황이 올 정도면 담보가치도 훼손돼 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