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부채된다? 은행·보험 '괜찮아' CJㆍ대한항공'안돼'
입력 2019.01.28 07:00|수정 2019.01.30 09:27
    국제회계기준위원회, 토론서 공개…자본인정 논란
    '누적적'의 경우 부채 성격 커…'비누적적'은 자본 성격
    여전사·일반기업이 주로 영향…"좀 더 지켜봐야"
    •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연초 금융시장에 내려앉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일부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부채성이 강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다만 이런 우려가 '과민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성이 유지될 거라는 평가다.

      반면 여신전문회사와 일부 비금융기업은 자본 보완의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 포함)의 총 잔액은 29조5300억여원에 이른다. 금융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잔액이 약 18조6300억원, 비금융회사의 잔액이 10조9000억여원이다. 2013년 신종자본증권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 후 발행이 급증했다.

    • 이번 우려는 IASB가 지난해 8월 공개한 토론서(Discussion Paper)에서 시작됐다. 토론서는 금융상품의 자본·부채 분류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종자본증권의 분류였다. IASB는 '선호하는 접근법'이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재 자본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각형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거의 대부분 상각형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이 전부 부채로 재분류될 경우 현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73개 회사의 부채비율이 평균 52%포인트 상승한다. 특히 보험(187%포인트 상승)과 여신전문회사(156%포인트 상승)의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 자본 감소에 따른 자본건전성 하락폭은 이보다 더 기업 운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IASB의 토론서가 공개된 이후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만 8조원, 금융권 전체로는 18조원에 달하는 '부채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본을 늘려온 은행지주의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급등하며 자본건전성과 영역확장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행히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우려가 집중되고 있는 은행·은행지주·보험의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IASB가 선호하는 접근법'이 그대로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에 반영된다 해도 결국은 이자지급 형태를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자지급 형태가 '누적적'인 경우 부채로, '비누적적'인 경우 자본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누적적' 이자지급 형태는 만약 해당 회계년도에 회사가 약속한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다음년도에 부족분을 우선해서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비누적적'의 경우 회계년도가 지나면 이자 미지급분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가 사라진다.

      비누적적 이자 지급방식인 경우 발행사 재량에 따라 이자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고 미지급 이자가 쌓이지도 않기 때문에 '회사 가용자원에 대해 독립적인 금액을 이전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회사 청산시점에 경제자원을 이전해야할 의무' 역시 누적적 방식에서만 발생한다는 논리다.

      김세용 KB증권 크레딧 담당 연구원은 "비누적적 방식의 경우 부채 분류가 타당해보이지만, 모든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분류될 거라는 시각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있다"며 "비누적적 방식의 경우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는 바젤III, 국내 보험사는 지급여력(RBC) 규제에 따라 모든 신종자본증권을 '비누적적' 형태로 발행했다. IASB의 접근법이 실제 규정에 반영된다 해도 '부채 폭탄'을 빗겨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대한항공, SK해운 등 국내 비금융회사들이나 캐피탈·카드 등 여신전문회사의 경우 '누적적' 형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주를 이뤘다. 지급해야할 금리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아니지만 지난해 초 7000억원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진행한 미래에셋대우나 2016년 4000억원을 증자한 ㈜한화 역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누적적' 이자 지급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여신전문회사들의 현재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1조2000억여원 수준이다. 비금융회사 발행 잔액을 감안하면, 규정이 변경됐을때 영향을 받을 국내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30조원이 아닌, 11조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대체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크지 않아 대응이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IASB가 선호하는 접근법'이 그대로 실제 규정에 반영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해당 이슈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의견을 모아 공개 초안을 만드는 단계로, 앞으로 실제 반영 여부를 논의하려면 3~4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우선주 성격은 자본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실제로 어떻게 반영될 진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지 말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