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주가 괴리율' 공시해도…신뢰 무너진 증권사 리서치
입력 2019.01.29 07:00|수정 2019.01.30 09:28
    괴리율, 제도 시행 전 18.7%에서 20.6%으로 악화
    국내證 보고서 '매도' 비율은 여전히 0.1%
    대중 공개 · 기업과의 관계 등 배경에 여러 원인 있어
    • "지난 하반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한 목소리로 '반도체 침체는 없다', '소폭 조정이다'라고 외쳤죠. 이후 국내 반도체기업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0% 가까이 하향조정됐습니다. 반도체만큼은 글로벌 증권사보다 국내 증권사가 잘 볼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

      지난 2017년 도입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의 시행 후 1년간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리율’과 함께 증권사의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매수 일색' 보고서의 배경엔 공시제 도입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 금감원은 지난 2017년 9월 목표주가·실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목표주가 괴리율은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에서 제시한 목표주가와 대상기간 중 실제 주가와의 차이 비율이다. 괴리율이 클수록 실제주가에 비해 목표주가를 높게 설정해 ‘매수’ 의견을 냈다는 의미다.

      2017년 9월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를 시행한 이후 시행 전 1년 간(2016년 9월 ~ 2017년 8월) 18.7%였던 목표주가 괴리율은 시행 후(2017년 9월~2018년 8월) 오히려 20.6%로 악화했다. 주요 국내 증권사 중 교보증권(27.9%), 키움증권(23.2%), 하나금융투자(22.7%), 미래에셋대우(21.5%), 메리츠종금증권(21.0%), 한국투자증권(20.8%) 등이 제도 개선 후에도 20%가 넘는 괴리율을 보였다.

      제도 시행 전후 1년 간 발행된 총 리서치보고서의 매도 의견 비율(2%)과 매수 의견 비율(76%)은 그대로였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외국계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다. 국내 증권사의 제도 개선 전과 후 ‘매도’비중은 0.1%로 같았다. 외국계는 13% 수준을 유지했다.

      ‘매수’ 일색인 리서치보고서가 나오는 배경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는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보니 기업에서도 리서치에 모든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며 “해외 증권사의 경우 사적인 자료이거나 유료 공개다 보니 보고서의 질 보장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이다”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선 해당 기업과 거래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에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해당 상장사 주가에 비관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을 내면 업체에서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진다. 수 년 전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출입금지'를 당해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했던 한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는 아직도 증권가에 회자되고 있다.

      이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4자가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가 2017년 8월 설치됐지만,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이 위원회가 기능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신고가 전무하자 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지난해 상반기 규정을 바꿨지만, 이후로도 실적은 '제로'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의견을 낸 날 해당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리서치 본부 전부가 신상이 털린 적도 있다”며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은 애널리스트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많다”고 전했다.

      괴리율 공시는 의무지만 괴리율이 높아도 이유를 공시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 제도 강화에 힘쓰고 있어 증권사들도 목표주가 괴리율에 점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애널리스트의 보수 산정 기준 반영 수준과 괴리율과도 연관관계가 있다며 제도 정착을 더욱 강화 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은 기업분석 리포트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는 동의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수나 커버리지 기업 범위 등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개선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