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에 산은까지…'앵커'보다 '매칭'으로 자금 푸는 LP들
입력 2019.01.29 07:00|수정 2019.01.30 09:29
    4000억 우정사업본부 출자사업 '사실상 매칭용'
    8500억 산업銀 출자사업도 "매칭용 출자 가능"
    산업은행마저 매칭 출자?…쏠림 현상 심화 우려도
    •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출자 기조가 변하는 모양새다. 최근 출자사업을 진행 중인 대부분의 기관들이 메인 출자자(앵커 LP)가 되기보다 펀드를 결성 중인 운용사에 매칭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엔 대표적인 국내 메인 출자자(앵커 LP)인 산업은행까지 이 같은 매칭용 자금 지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연초부터 주요 기관들의 출자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공고를 낸 군인공제회는 PEF와 VC분야에 총 1200억원을 출자하기 위해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있다. 또 연초에 가장 먼저 출자공고를 낸 우정사업본부는 4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총 4곳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산업은행•성장사다리펀드•기획재정부•산은캐피탈)도 지난해 보다 2~3개월 앞당겨 출자사업을 진행, 8500억원의 자금을 푼다는 계획이다.

      일단 군인공제회 출자사업은 기존 펀드의 매칭용 성격이 강하다. 펀드 결성 총액의 30% 이상을 모집한 운용사만 지원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 출자를 확약 받은 상당수 운용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학연금과 행정공제회 등은 이미 지난해 연말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스틱, IMM PE 등)를 선정해 매칭 자금을 출자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KP-INNO' 펀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매칭용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최대 2000억원 규모의 '굿잡펀드' 출자를 계획, 최종적으론 산업은행 위탁운용사인 '코스톤아시아'를 선정해 10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21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를 비롯해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 다수의 운용사들이 참여했다.

    • 대표적인 국내 앵커 LP인 산업은행 또한 매칭용 자금 출자를 고려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또는 산업은행 등 앵커 출자자 한 곳에서 자금을 받으면, 다른 앵커 LP 출자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겨왔다. 수수료 배분과 이해상충 문제 등을 고려하면 두 대형 기관이 하나의 펀드에 LP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운용사 입장에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굳이 앵커 LP가 아니더라도 매칭용 자금을 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적 목적을 내세우기 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간 우정사업본부와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펀드의 성격은 정책적 목적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도 표면상으로는 목적이 뚜렷하다. 우정사업본부의 펀드(KP-INNO)는 '5G 전후방 산업 및 AI, 자율주행, 빅테이터 등 4차 산업 관련분야'에, 산업은행 펀드(성장지원펀드)는 '성장단계의 벤처‧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이 펀드의 목적이 뚜렷하다 보니 산업은행은 앵커 LP가 되거나, 우정사업본부는 성격이 비슷한 펀드에 매칭용 자금을 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최근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 모두 주목적 투자 분야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를 강요하기보다  유연한 방식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목적에 맞는 펀드를 내놔야 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펀드의 투자 규정 또한 기존 '포지티브 방식'에서 운용사에 자율성을 다소 부여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은행 위탁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모습도, 출자시기를 다소 앞당긴 점도, 매칭용 자금을 출자하려는 점도 다소 유연해진 모습이 보인다"며 "다만 산업은행마저 매칭용 자금을 출자하면 일부 운용사에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기관들의 출자사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자사업을 한차례 거른 교직원공제회도 상반기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해 CIO를 선임하고 대체투자 부문 조직을 개편한 국민연금의 출자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LP들의 출자기조가 매년 바뀌면서 올해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운용사들의 전략도 다양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들의 출자규모가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운용사들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