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 포진한 기금운용위원회…당연직 '차관'은 당연히 불참?
입력 2019.01.30 07:00|수정 2019.01.31 14:10
    기금운용위원 20명 中 6명 정부측 인사
    농림부·고용부 차관 참석률 7.6%…산자부 차관은 '제로(0)'
    1월말 기금위서 '對 한진 주주권 행사 여부 결정'
    대통령 vs 수탁위 의사 엇갈려…'독립적 의사 결정 가능할까'
    •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1월말 열린다. 쟁점은 한진그룹(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일단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문하며 정치권 이슈로까지 번졌다. 공은 기금운용위원회로 넘어갔다.

      그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여러번 제기된터라 결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단 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있지만 이들의 참석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게다가 현행법은 이들이 불참하더라도 참석자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기재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차관 ▲고용노동부(고용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당연직 위원에 포함된다. 나머지 14명의 위원은 사용자단체·근로자단체·지역가입단체·관계전문가 등이 맡는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기금운용위원회는 26번 열렸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 당연직 위원에 포함돼 있는 '차관급' 인사들의 회의 출석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산자부 차관은 지난 5년간 단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농림부와 고용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차관의 참석 횟수는 5년간 총 2번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계획 작성지침'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하는 역할을 맡는 기재부 또한 차관의 참석률은 50% 수준에 불과했다.

    •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총 8번 열려, 10가지 안건 등을 의결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변경 ▲2019년 목표 초과 수익률 ▲기금운용본부 성과평가 및 성과급 지급과 같은 기금 운용에 대한 안건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지침 개정 등이 주요 안건에 포함돼 있었다.

      현행법(국민연금법 제 103조)에 따라 안건은 기금운용위원회 출석 위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당연직 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나머지 위원들의 표결만으로도 회의 진행이 가능한 탓에 안건의 대부분은 통과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국회의원)은 "기금위 당연직 위원인 차관급 인사들의 출석률이 저조한데, 출석을 안 하는 이유는 참석의 필요성이나 절실함이 없기 때문 아닌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여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투자정책·수탁자책임·성과평가보상 등 국민연금의 전문위원회 논의 내용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를 거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돼 의결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이 기금운용위원회에 대거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기금운용위원회가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이번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의중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배치되는 상황에서 최종 결론을 내려야한다. 대통령까지나서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상황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은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 또는 국민연금에 조금이라도 관계된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기금운용에 관여하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운용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한진그룹으로 촉발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또한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해야 하는 기금운용 목적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관련 분야 전문가 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 OASDI(6명)·CalPERS(13명), 일본 GPIF(11명), 네덜란드 ABP(13명), 캐나다 CPPIB(12명), 스웨덴 AP(9명) 등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 구성 인원은 적지만 주주제안을 비롯한 주주권 행사는 굉장히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