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지주, 먹을 것 없는 인터넷銀 뛰어드는 까닭은
입력 2019.02.25 07:00|수정 2019.02.27 11:02
    신한·토스에 이어 하나·SKT·키움證 컨소시엄 구성
    KB·우리銀 각각 카카오·케이뱅크 지분 보유
    인터넷은행에 '4대 금융 지주' 모두 참여 양상이지만
    低수익성·小시장에 진입에도 큰 이득 예상 어려운 상황
    • 신한금융에 이어 하나금융그룹도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도전을 공식화했다. 은행산업의 '메기'를 만들고자 한 취지가 흐려지고, 결국 기존 대형 은행 기반 금융지주들의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인터넷은행 시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음이 어느정도 입증됐다. 이미 시장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선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대형 금융그룹들이 잇따라 인터넷은행에 뛰어뜨는 배경은 결국 '구색 맞추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하나금융그룹은 키움증권 SKT와 손잡고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위한 컨소시엄을 꾸리고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신한금융그룹은 간편송금 앱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26~27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4~5월 금융감독원 심사 후 최종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제3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 업계에서는 두 컨소시엄 모두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신한금융 컨소시엄은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하나금융은 온라인증권사 키움증권이 1대 주주를 맡는다. 자본 여력을 고려하면 두 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은 2대주주로 참여하고, 신한금융도 2대 주주로 20% 이상의 지분 확대를 검토 중이다. 두 금융 그룹 모두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사업상 여러 협업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터넷은행 시장도 금융지주 간 경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이미 지분투자로 인터넷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3.79%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까지 합류하며 NH금융지주를 포함한 국내 5대 대형 금융그룹이 모두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실에 안주하는 기존 대형 은행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인터넷은행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결국은 대형 은행들이 '인터넷은행'이라는 신사업 부문에서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인터넷은행이 대형 은행이 내놓을 신상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만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국내 인터넷은행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진입해도 큰 이득이 예상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독려로 금융그룹들이 '일단 참여는 해보는' 분위기란 평이다.

      당장 제 3인터넷은행의 수익성과 흥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기존 두 인터넷은행도 2017년 출범 이후 수신 규모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시험대다. 두 곳 모두 지금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주주인 우리은행도 지난해 케이뱅크의 잇따른 증자 요청에 부담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인터넷은행들의 예대업무 중심의 사업영역도 시중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기존 은행들에 비해 유달리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제3인터넷은행 후보로 거론되던 네이버가 참여 의사를 철회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박상진 네이버 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케이뱅크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가 어려워 국내 인터넷은행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 도입을 금융계혁의 '치적'으로 삼고 있는 정부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은행 인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발언하는 등, 정부는 이번 2차 인터넷은행 인가의 흥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인터넷은행 성공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도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제도에 발맞춰 간다는 모양새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그룹들의 참여에 이점도 있다. 인터넷은행 설립은 현재 금융그룹들이 강조하는 ‘디지털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 국내 핀테크 업체와의 상생 등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 영업 확장에도 중요한 디지털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그룹들은 새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금융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시중 은행들이 이미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 인터넷은행이 출범해도 단기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은행업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인터넷은행 시장에 들어간다고 해서 큰 이득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ICT기업 참여를 기대했지만 가장 기대를 모은 네이버가 발을 빼면서 금융지주들에 참여를 독려했고, 이에 금융그룹들은 수익성을 바라기보단 정부의 기대에 응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상징하는 정도의 취지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