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구조조정 칼자루는 금융위가 쥐고 있나
입력 2019.02.25 07:00|수정 2019.02.26 09:40
    • "추가 인력조정 필요성은 크지 않다"(최종구 금융위원장)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동걸 산업은행장)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두고 산업은행장과 금융위원장이 앞장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민영화를 목표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작 산업은행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는 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조선업 비전문가'임을 인정했다. 산업은행 관리하에서는 '대우조선의 추가적인 경영개선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고,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선 민간 주주의 자율 또는 책임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하면서도 '민간 주인 찾기'가 제 1의 명분이었다.

      산업은행장과 금융위원장의 구조조정에 대한 이 같은 언급은 '민영화'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지배구조상에서 지분은 넘겼지만, 관리 감독은 정부가 개입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향후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산업은행에 있다고 명확히 밝힌 것도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자회사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싼 관리 감독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정작 앞으로 대우조선을 이끌어 가야 할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과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당일 컨퍼런스콜에선 구조조정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최근 대표이사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안정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은 게 전부다.

      기업의 M&A 과정에서 임직원의 고용보장에 관한 상호 합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수 만명의 직접 고용인원과 수 십만명의 협력업체 인력까지 포함된 조선업의 경우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과거 기업 매각과 관련한 공개경쟁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인수후보가 고용보장을 비롯한 임직원 처우에 대한 조건 등을 제시하며 최고가 후보자를 제치고 M&A에 성공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산업은행은 공개경쟁입찰을 포기했다. 현대중공업과 짜놓은 판에 삼성중공업을 뒤늦게 불러들여 '2주 안에 의향서 제출', '4주 안에 제안서 제출' 시한을 제시했다. 애초에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있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 형평성 논란은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민영화'를 성사시켜 줄 수 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산업은행이 경쟁입찰을 포기하면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더 나은 조건을 이끌어 낼 기회는 이미 사라졌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인적 또는 사업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투자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대우조선에 부품을 대던 협력사들 간의 옥석 가리기를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에 협력업체에 대한 투자심리는 다시금 살아나고 있지만, 반대로 대우조선만을 믿고 사업을 이어가던 협력업체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도 움직였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19일 '피인수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며 파업 안을 가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30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2조원이 훌쩍 넘는 대우조선 인수에 현대중공업이 투입하는 자금은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 산업은행이 쥐어준 '선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애써 앞장서 '구조조정' 이야기를 꺼내 논란을 일으킬 유인은 없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산업은행과 금융위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간주주의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 '감 놔라 배 놔라'식의 언급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의지를 의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