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PI투자 개입설도 나와…회사 "독립적으로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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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지난해 4분기 고유계정투자(PI)에서만 50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이 안 좋았다고는 하지만 손실규모가 다른 증권사보다도 큰 수준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증권사 PI의 특성상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가 공개되지 않다보니 주주들은 투자손실 내역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키움증권은 당기순손실 218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PI본부 평가손실 547억원 ▲자회사들의 보유자산 및 투자 조합-펀드 평가손실 약 266억원 증가 등이 반영됐다. 과거 18.7%(2015년 기준)에 달했던 ROE는 작년 10.7%까지 급락했다.
아무리 변동성이 컸던 시장 탓이라고 해도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해도 PI부문 손실 규모가 큰 상황이다.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PI 손실이 커도 채 100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 분기 손실이 500억원이 날 정도면 담당 매니저는 자리를 지키기도 힘들고, 손실이 수백억원이 나기전에 해당투자에 대한 회수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러다보니 "키움증권이 PI로 대체 어디에 투자했길래"라는 궁금증이 제기되어 왔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PI본부가 주식, 채권 등에서 운영하는 자금만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식 운영규모만 몇 천억원으로 대형 증권사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과거 주식 리테일 시장 브로커리지의 강자였다면 이제는 적극적 투자회사로 변모했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했으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구체적인 원인을 궁금해하지만 회사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는 어렵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에 PI본부가 운영하는 자금규모나 투자손실이 난 배경을 물어도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라며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확인이 안 돼다 보니 증권사 실적을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컨센서스를 크게 벗어나는 일도 생긴다는 것. 재무제표 계정에도 여러 투자자산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PI본부 운용자산을 따로 확인하기 어렵다. 회사의 주된 수익원을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키움증권의 PI투자 운용과 관련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투자에 직접 간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도 나왔다. 단순히 전체적인 운용방향이나 투자포인트에 대한 가이드 수준이 아니라 PI본부 핵심인력과 함께 주식운용방침 등에 대한 회의를 하고 종목이나 거래량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도 이어진다는 것.
키움증권은 이런 증권가의 우려를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PI운용 규모에 대해선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김익래 회장이 PI본부 운용에는 관여하지 않고 본부 인력들이 독립적으로 운용을 담당한다”라는 게 키움증권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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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PI 운용에 대한 증권업계의 관심이 높아진데는 최근 손실 규모 급증 뿐만 아니라 키움증권처럼 '개인오너'가 있는 증권사의 숫자가 많지 않은 때문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금융지주사 소속 증권사의 경우 조직도 크고 시스템에 따른 투자운용본부의 독립성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키움증권은 상대적으로 대형증권사 만한 규모는 아닌데 오너가 있고 PI투자에는 적극 나서고 있어 운용방침이나 손실 등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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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