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공업→지주 '폭탄 돌리기'…자회사 발목 잡힌 두산그룹
입력 2019.03.04 07:00|수정 2019.03.05 10:40
    두산건설에 두산중공업 3000억원 출자
    두산중공업 증자에 ㈜두산 최대 2000억원 부담 예상
    두산건설 이제껏 조 단위 지원에도 역대급 손실
    유상증자 실효성에도 물음표
    • 두산건설 재무 리스크가 결국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년 동안 끊임 없이 자금을 끌어 모아 두산건설에 쏟아 부은 두산중공업은 자체 사업의 활로도 찾지 못한 채 다시 한번 두산건설 지원을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은 지주회사인 ㈜두산으로 고스란히 전이했다. ㈜두산도 자금적인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계열사 지원을 위해 전방위적인 자금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두산건설이 계획대로 42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두산건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3000억원을 출자해 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유상증자 청약은 오는 5월로 계획돼 있다. 두산건설은 유상증자 이전에 급하게 차임금을 갚아야 하는데 두산중공업이 사전에 3000억원을 대여해 유동성 공급하기로 했다.

      두산건설 지원에 나서는 두산중공업도 상황이 좋지는 못하다. 국내 원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신규수주는 크게 줄었고, 재무적인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두산밥캣 지분 매각(3700억원), 두산엔진 매각(820)억원)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4200억원, 여기에 기업어음(CP)과 일반대출까지 합하면 약 5000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한다. 회사의 보유현금 약 4000억원이다.

    • 두산중공업이 차환 발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른 자금 조달 방안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월, 두산중공업은 650억원 규모의 만기 89일물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이 전단채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을 통해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됐는데, 일부 은행에선 '떨어지는 신용도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상품 판매를 보류하기도 했다.

      현재 두산건설에 대한 지금 지원 부담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BBB+'인 신용등급의 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어있는 탓에 현재의 신용등급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려있다.

      결국 두산중공업 또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통주 유상증자와 더불어 우선주 증자도 동시에 진행된다. 총 6000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으로 대부분 차임금을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자본확충을 통한 두산건설 지원자금 마련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지난해 국내외 증권사들은 두산중공업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제안 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두산의 자금 부담이 상당한데다 계열사의 실적악화에 따른 배당 수익의 감소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모회사이자 지주회사인 ㈜두산의 출자도 불가피하게 됐다. ㈜두산은 보통주 유상증자에서 약 1500억원~2000억원가량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이 사업형 지주회사이긴 하지만 그룹 내에선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자회사가 주력이기 때문에 재무적인 여력이 상대적으로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 현금은 약 900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약 3000억원이다.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이긴 하지만 ㈜두산 역시 신용등급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 탓에 차환발행 외에 다른 자금조달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두산의 지원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지만 자금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자체보유 또는 두산중공업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 등을 현금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자구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두산건설에 대한 ㈜두산·두산중공업 그리고 각 계열사들의 직간접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건설이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마다 두산중공업은 수 천억원의 자금을 부담했고, 현물출자와 신용보강, 두산건설이 보유한 자산 매입의 등 다각적인 지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은 지난해 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고, 55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조 단위의 계열사 자금지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며 "이번 계열사의 자금지원을 통해 두산건설이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으로 단정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