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현대차 vs 엘리엇' 공방전…배당·이사선임 두고 확연한 이견
입력 2019.03.05 07:00|수정 2019.03.06 09:39
    엘리엇 제시 배당안 현대차의 7배 수준
    사외이사 선임 두고도 표 대결 불가피
    '주주가치 제고 vs 회사 투자 재원 확보' 등
    주주들 가치 판단에 따라 주총서 결판
    • 현대자동차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방전이 드디어 시작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회사가 제시한 배당 보다 7배 이상을 요구했고, 현대차와 똑같이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에서도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제시한 2018년 기말 배당 규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 우선주 3050원이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보통주 1주당 2만2017원, 우선주 2만2067원을 배당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두 안건은 모두 이달 22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됐고, 주주들은 두 안건 중 하나에 대해서만 표결을 실시한다.

      현대차의 지난해(2017년 기말 배당 기준) 결산 배당 규모는 1주당 3000원으로 올해 제시한 배당 규모와 동일하다.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 규모는 주당 총 4000원 수준이다. 1주당 배정될 배당금은 동일하지만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의 비율)은 2017년 26.8%에서 2018년 70.8%로 높아진다. 2017년 연결기준 현대차의 순이익은 4조5464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실적이 급감하면서 순이익 1조645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현대차를 상대로 끊임없이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는 엘리엇의 배당 제안은 현대차가 제시한 규모의 약 7배 수준이다. 우선주를 포함한 배당총액은 약 6조원에 달하는데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에 3.5배가 넘는 규모다. 결국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을 풀어 주주들에게 나눠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현재 보유 현금을 줄여 주주들에게 내어주는 방안(엘리엇) ▲현금을 보유하고 추후 투자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현대차)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엘리엇의 요구가 다소 지나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현대차가 현재 향후 투자 방안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확실히 내세우지 못하면 표 대결을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안도 현재 이익규모에 비하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심지어 엘리엇의 제안은 현대차가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다만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사용방안에 대한 확실한 투자 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엘리엇 제안에 동조하는 투자자들도 다수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은 양측이 제시한 안건을 두고 장단기적 이득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당장 현대차 주식을 팔고 떠날 게 아닌 이상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만한 안건에 표를 행사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배당뿐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도 현대차와 엘리엇의 표 대결은 이어진다. 총 3명을 선임하는 사외이사 안건에 후보 6명이 올라있는데, 이중 3명은 엘리엇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개별 후보 표결을 통해 보통 결의요건을 충족한 인사 가운데 다득표 순으로 총 3명을 선정한다.

      사외이사는 법률상 상근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지난해 9월까지 현대차는 3번의 정기 이사회와 5번의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재무제표 ▲사업계획 ▲계열회사와 거래 ▲대표이사 선임 ▲계열사 증자 참여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배당규모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5명의 사외이사는 모든 이사회에 참석했고 모든 안건에 '찬성'한 바 있다.

      엘리엇의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로 확정될 경우 현대차의 최종 의사 결정 과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확정된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은 현대차의 상황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현대차 경영에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현대차 외에도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에 유사한 제안을 했다. 현대차가 보통주 주당 4000원의 배당을 제안한 반면 엘리엇은 2만6399원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이사의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고, 사외이사 후보 2명을 추천했다. 이사수 증원 안건이 통과하면, 총 4명의 사외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이 경우 현대차 추천인사(2명)와 엘리엇 추천인사(2명)이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엘리엇은 성명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현금 자산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자사주 매입과 함께 상당 규모의 배당금 지급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회사는 독립적인 (사외이사)후보를 추가로 영입하기 위한 이사회 규모를 확장하려는 의지가 없는데, 이사회 증원안이 통과할 경우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2명의 사외이사 선임안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이제 주주들의 손으로 넘어오게 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장기적인 투자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내야 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는 3월22일 오전 9시에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