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본게임은 수주 실사…대우건설 재연 우려
입력 2019.03.05 07:00|수정 2019.03.04 18:16
    계약 후 본격 실사 진행 예정
    저가 수주 우려는 꾸준히 제기
    노조는 구조조정 우려에 반발
    “실사 못하면 대우건설 재연 우려도”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수주가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고 수익성에 도움이 될 지 이제부터 따져야 한다. 그간 저가 수주 우려가 있었는데, 노조 반발로 실사 작업은 난항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전 대우건설 매각 무산 사례가 재연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삼성중공업이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최종 인수후자로 선정됐다. 다음달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가 절차적으로 정당했느냐 하는 논란은 차치하고 현대중공업이나 산업은행 모두 성사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세계 조선업 1위 현대중공업은 많지 않은 돈을 들여 세계 2위 조선사를 거느리게 된다. 국책은행은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호기로 볼 상황이기도 했다.

      세부적인 것을 따지는 것은 나중 문제고 거래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산업은행 실무 부서인 구조조정본부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력만 이번 일에 참여했다. 조단위 대우조선해양 영구채를 가지고 있는 수출입은행조차 발표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외부 자문사도 의사 결정 단계에 이르러서야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를 꼼꼼하게 보기 어려웠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당장 서로 회사의 상황부터 살펴야 한다.

      이제까진 상장사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상장사 지분을 받기로 하는, 시장 가치에 따른 합의가 이뤄졌다. 시장 가격이야 수요-공급에 따라 정해진다지만 실사 결과 어느 한 쪽이 기우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수 주주들까지 문제 제기에 나서면 더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된다.

      산업은행은 향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부실 수주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면, 즉 미래 가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지원 계획이나 규모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더 꼼꼼하게 실사에 나서야 한다. 그룹 내 조선 의존도가 대폭 높아지는 상황이라 사업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이 참여한 수주적정성검토위원회를 두 번이나 거치기 때문에 저가 수주는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수주 잔량은 많지만 기술 로열티 등을 감안하면 실속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최근 수년간 삼정KPMG 구조조정부서의 도움을 받아 대우조선해양의 사업 현황을 살펴왔다. 삼일PwC는 이번 거래를 포함해 현대중공업 관련 주요 자문 업무 대부분을 도맡아 왔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인은 삼일PwC, 현대중공업은 삼정KPMG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모두 도움을 받고 있는 회계법인이 상대 조선사의 감사인이라는 미묘한 상황이다”며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감사 업무였다면 앞으론 부실을 파헤치기 위한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일PwC가 대우조선해양 감사라지만 얼마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대로 파악하고 있더라도 다른 부서와 정보 교류는 금지돼 있다. 처음부터 모든 계약을 일일이 뜯어봐야 할 수 있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계약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실사 비용이 수 십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실사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느냐다.

      노동조합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모두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008년에도 한화그룹으로의 인수에 반발하며 실사 거부 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두 조선사의 인력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조선업의 장기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인위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미온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이었다.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거래 완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계약 직전 해외 부실 사업장 문제가 불거지며 무산된 대우건설 M&A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거래는 계약 후 본실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은행 조선업 담당 심사역은 “대우조선해양으로선 그 동안 큰 통제 없이 굴러가다가 민간 기업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실사를 방해하거나 대우건설 때처럼 최대한 부실 위험을 부각시키려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