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사겠다던 UAE, 이젠 골칫거리 매물 들고 삼성·SK 접촉?
입력 2019.03.06 07:00|수정 2019.03.07 09:02
    UAE 왕세제 방문 맞춰 글로벌파운드리 M&A설 가속
    양사 인수 가능성 낮다는 평가…"M&A 흥행 유도?"
    과거 하이닉스 인수 추진 재조명…극명히 엇갈린 성과
    • 최근 M&A 시장에서 회자하는 매물 중 하나는 세계 3위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 ‘글로벌파운드리(GF)’다. 꾸준히 매각설에 휩싸인데 이어 대주주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왕세제가 국내 주요 반도체사 수장들과 면담을 요청한 점들이 맞물려 언급되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회사 기술력 수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분야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다소 밀려있는 매물이란 지적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지난 26일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공장 등을 방문해 5G 및 반도체, AI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엔 청와대에서 열리는 정상 오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만났다.

      업계에선 반도체 분야 수장들과의 접촉 배경을 UAE 국부펀드 ATIC이 지분 90%가량을 보유한 ‘글로벌파운드리’ 매각과 연관해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ATIC 측은 지난해 이후 유휴 설비를 매각하고 인력 감축과 추가 기술개발 중단 등 회사 매각을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 2009년 글로벌 반도체사 AMD의 소유 설비(Fabs)가 분사돼 설립됐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AMD가 UAE 측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추가 설비 인수와 AMD를 비롯한 안정적 고객들을 확보하며 지난해 초까지 파운드리 분야 세계 점유율 2위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 속도를 내며 지난해 말 점유율이 급격히 역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등 기술 격차도 점차 삼성전자와 벌어지기 시작하며 외통수에 몰렸다.

    •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파운드리가 20나노급에서 공정을 하나씩 차근차근 밟은 게 아니라 한 단계를 건너 뛰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술 학습(learning curve)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있다”며 “14나노부터는 자체 개발을 안 하고 삼성전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하고 있고, 7나노는 비용 부담을 고려해 기술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설명했다.

      다른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파운드리 분야에서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글로벌 팹리스 업체를 중심으로 매물을 탐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 파운드리 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여전히 반기 매출만 3조4000억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회사를 인수하기엔 재무여력이 넉넉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SK하이닉스 내 일부 인텔(Intel) 출신 임원들이 인수를 검토해 볼 것을 주장했지만 아직까진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부에서도 매각 측에서 매물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접촉해온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5위권 점유율을 지닌 중국의 SMIC도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 내 본사를 기반으로 일부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 정부 차원에서 핵심 기술로 분류할 경우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등을 통해 매각을 막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UAE는 지난 2010년 또 다른 국부펀드를 통해 당시 채권단 관리에 있던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후 STX와 컨소시엄을 맺어 SK텔레콤과 경쟁했지만, 막바지 인수를 포기했다. 반도체 호황을 톡톡히 누린 지난해 상반기에도 UAE의 글로벌파운드리는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둬 희비가 엇갈렸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는 “글로벌파운드리에 꾸준히 중동 자금이 투입됐음에도 격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반도체 산업이 꼭 자본 투입만으로 꾸려가기 어렵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라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