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TRS 제재심 3월도 지지부진?…금융위 vs 금감원 확전 해석
입력 2019.03.08 07:00|수정 2019.03.11 09:36
    금감원 "법리 및 사례 검토 중"...이달 중 제재심 상정 미정
    TRS 법적 회색지대 위치해 명확한 결론 쉽지 않아
    기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일각선 금감원 자존심 언급도
    •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는 한국투자증권과 잘못된 관행을 처음부터 용인하는 전례를 남길 수 없다는 금융감독원의 대치도 여전히 팽팽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투자증권 사이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앙금이 남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14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두 날짜 중 언제 한국투자증권 관련 안건을 올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법리 및 비슷한 사례를 검토하는 중이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은 명확하다. 특정 개인과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은 특수목적회사(SPC)에 빌려준 자금이 '법인 대출'인지, 아니면 '개인 대출'인지 성격이 모호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업무 절차상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대출의 '경제적 손익'이 결국 개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귀속되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평가한다. 최 회장과 SPC 사이의 TRS 계약은 한국투자증권이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핵심 기재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책임자는 "SPC가 취득한 SK실트론 주식은 환금성을 담보할 수 없는 비상장 지분인데다 상장 관련 주주간 계약의 이행을 담보할 수 없고, 상장하더라도 투자금액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지 판단이 쉽지 않은 자산"이라며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절대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발행어음 자금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대출을 집행하기 전 리스크관리 부문과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법리 및 판례상 법인 대출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과 1월에 진행된 제재심에서도 현행 법규상 위반 사항이 없다고 소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강경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TRS를 통해 사실상 개인에게 발행어음 자금을 빌려주는 전례를 용납할 수는 없다'는 긴장감이 읽힌다.

      문제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중징계로 결론이 나더라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본 위원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징계가 완화되거나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다. 소송 결과 판결이 뒤집힌다면 금감원은 공정성에 상처를 입게 된다.

      이는 제재심 일정이 미뤄지는 직접적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 TRS에 대한 판례 중 상당수는 금감원에 불리한 게 사실이다. 법원은 그간 ▲주식 취득을 위한 자금이 누구의 출연에 의한 것인지 ▲주식 취득에 따른 손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두고 실제 보유자에 대한 판단을 내려왔다. 다만 기존 판례는 법인의 자사주 취득이나 상호 출자 사례에 국한된 경우가 많은데다, '손익 귀속'과 '경제적 실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판결이 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TRS 계약 자체가 법의 회색지대에 있어 생기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논란은 점점 '기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마찰이 한국투자증권 이슈로 번진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2017년 한국투자증권을 최초이자 유일한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투자증권은 8개월에 가까운 독점 기간동안 2조원이 넘는 발행어음을 판매해 시장을 선점했다.

      이번 부동산신탁자 신규 인가 때에도 제재심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깨고 한국증권의 한투부동산신탁이 결국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금융위는 이를 두고 부동산신탁의 경우 설립 주체가 한국투자금융지주라 제재심이 진행 중인 한국투자증권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금감원은 '실세'로 불리는 윤석헌 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삼성바이오사태와 감독예산을 두고 마찰을 빚었고, 올해엔 금융위의 만류에도 4년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금융위와의 관계가 증권사 중 가장 원활하다는 건 증권업계 사람이면 대부분 다 느끼고 있는 사안"이라며 "금융위의 '총애'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을 압박해 금감원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일 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만약 제재심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6개월에서 1년간 발행어음 판매가 중지될 수 있다. 이 경우 경쟁증권사, 즉 후발주자인 NH투자증권과 이르면 이번달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을 KB증권에겐 큰 호재가 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인가 이후 반년 동안에만 2조원 가까운 발행어음을 판매하며 마케팅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퇴직 임원의 징계로 예정보다 1년 이상 발행어음업 진출이 늦어진 KB증권 역시 적극적인 공세로 발행어음을 새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