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직접 나서 지주사에 '백기사' 요청 검토… 효과는 미지수
입력 2019.03.11 07:00|수정 2019.03.12 10:01
    FI 지분 대신 인수할 금융지주사 초청하는 방안
    일정기간 동안 회수 안될 경우 경영권 넘겨주는 구조
    문제는 '가격'…지주사도 부담되고, FI는 받아들일지 미지수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백기사 초청'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현가능성과 효과는 미지수로 풀이된다.

      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최근 외부 권고에 따라 이를 검토하고 있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에게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의중을 타진하는 방식이다.

      일단 경영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PE·GIC)과 SC PE 등이 보유한 지분 약 30%를 금융기관이 인수하는 형태다.

      이석기 경영지원실장 겸 자본관리담당 부사장이 신 회장을 대리해 금융지주와 접촉해 지분매각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에 결국 신 회장 측이 직접 나서 지주사에 의중을 묻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지주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영권과 본인 지분도 담보로 잡는 방법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즉 금융지주사가 투자자로 나서면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약 34%가량을 담보로 주는 한편, 5년 정도 신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준다. 대신 이 기간 동안 해당 금융기관이 자금회수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이 이 방안을 받아들이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리고 행여 받아들인다고 해도 '얼마에 사주느냐'라는 더 큰 이슈가 남아있다.

      FI들은 1주당 매각가격(풋옵션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해 놓은 상황이다. 전체 기업가치로는 8조원 수준. 삼성생명에 이어 규모로는 업계 2위인 한화생명 시가총액이 3조5000억원이 안된다. 그러니 이 가격에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해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FI들도 마찬가지. 이들로서는 누가 지분을 사주든 상관없이 '부채'를 받아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신 회장에게 매입을 요청한 가격이 주당 40만원대인데 굳이 이보다 낮은 가격에 지주사에 지분을 넘겨야할 이유와 명분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이들 또한 본인 자금이 아닌, 펀드에 돈을 댄 투자자(LP)들을 대리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행여 지주사가 나선다고 해도 가격이 낮으면 '높은 회수가능성' 등으로 LP들을 또 별도로 설득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차라리 중재재판으로 가서 이긴 후 더 큰 자금을 받아내라는 반박도 나올 수 있다.

      그만큼 양 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격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신 회장으로서는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대안이 되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대세는 경영권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그간 갈팡질팡하던 모습을 보인 신창재 회장이 최종적으로 이 거래를 적극 단행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간 보험업계에서는 신창재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서 많이 멀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IPO 등을 비롯해 회사의 주요 업무는 이석기 부사장이 맡았고  FI들과의 대화 창구도 신 회장이 아닌 이 부사장이었다. 사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이석기 부사장을 두고 '사실상 교보생명 CEO'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그간 회사를 총괄하고 있는 이석기 부사장이 상장 준비 등의 업무로 빠지고 고문으로 있던 윤일현 사장이 새롭게 선임됐다. 회사측 설명은 신 회장의 경영부담을 덜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외부에서는 가신그룹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인의 장막’에 대한 수 차례 지적에도 꿈쩍도 않던 신 회장이 이제서야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석기 부사장이 과거와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한 상황이고 과거 회사를 실질 운영하던 핵심 경영진이 빠지면서 회사의 경영도 위험하고 직원들도 앞으로 회사의 경영권에 변화가 있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미 경영권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40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1만6000명에 이리는 전속설계사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자칫 보험계약자들의 불안감도 표면화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