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진그룹, 주총 표 대결 앞두고 총력전
입력 2019.03.12 07:00|수정 2019.03.13 09:12
    엘리엇과 맞붙는 현대차
    KCGI와 싸우고 국민연금과 불편한 한진그룹
    NDR 다니며 기관 마음 잡기에 총력전
    • 2019년 주주총회 시즌에 주목 받는 기업은 단연 현대자동차와 한진그룹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공세를 견디고 있고, ㈜한진과 한진칼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예고돼 있다. 두 그룹 모두 주총 표 대결에서 상대방에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에게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논딜로드쇼(NDR) 형식의 기업설명회를 연이어 열고 있다. 주로 현대차와 모비스가 제안한 주총 안건을 설명하고 현대차 안건에 표결하거나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현대차와 모비스의 주총은 오는 22일 열린다. 현대차는 주총 직전까지 투자자의 의결권을 위임 받아 직접 표결을 행사할 수 있다. 기업의 인수 합병과 같은 특수한 안건이 있을 때 열리는 임시주총에선 이 같은 위임 권유가 흔한 일이지만, 정기주총에서 현대차가 이처럼 나서서 기관투자가들을 수 차례 접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주식투자 관련 담당자는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표결 방침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며 "엘리엇의 공세에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상당히 다급한 모습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가 제시한 배당에 약 7배에 가까운 연간 배당 내용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또한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과 동일한 3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최종적으로 주주들의 표결을 통해 연간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후보가 결정된다. 만약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최종 선정되면 그룹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감사위원 자리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현대차에 상당한 부담이다.

      현대모비스는 조금 더 복잡하다. 엘리엇은 현재 이사의 정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제안했다. 주총에서 이 안건이 받아들여지면 현대차 추천 사외이사 2명과 함께 엘리엇 추천 인사 2명도 사외이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모비스가 외부 이사를 맞이하게 되면 자체적인 의사 결정과정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가 다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점은 순환출자로 구성된 지배구조 탓에 우호 지분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도 위안이다.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현대차 그룹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국내 투자자들에는 '기업가치를 훼손할 만한 요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같은 논리로 국내 최대규모의 한 지배구조연구원은 조만간 현대차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진그룹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한진그룹도 NDR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을 접촉하고 있다. 아직 ㈜한진만 주주총회 일정이 잡혔기 때문에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 위임 작업은 본격화하지 않았으나 이 또한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는 특히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감사 및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KCGI는 8일 한진칼의 지분율을 10.8%에서 12%까지 늘리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1심 법원은 KCGI가 제시한 주주총회 의안을 한진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한진칼은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고등법원의 판결이 1심과 같을 경우 치열한 표 대결은 불가피하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우호 세력이 아니란 점은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한진칼에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해임과 사외이사 추천과 같은 적극적인 방안은 미뤄두더라도,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한진그룹은 현대차와 좀 상황이 달라서 행동주의펀드의 우군이 상당히 생길 수 있다"며 "아직까지 대다수의 기관들이 찬반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으나 국민연금의 움직임, 여론 등을 고려할 때 한진그룹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임에는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