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박삼구 회장 손 떼자 대한항공·아시아나 그룹株 날았다
입력 2019.03.28 15:41|수정 2019.03.29 09:27
    조양호 회장 이어 박삼구 회장도 경영일선 물러나
    소식 전해지자 주식시장 활짝…모처럼 반등
    "오너 리스크 해소 Vs 장기적 접근은 신중"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주들 손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빼앗겼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모든 경영권을 미리 내려놨다. 두 오너가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그룹 주가가 모처럼 급등했다. 두 항공사에 상존하던 오너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의 임기는 1년이 남았고, 금호산업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이 상정돼 있는 상태였다.

    • 박삼구 회장이 퇴진을 발표하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오전까지 전일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주가는 퇴진 소식이 전해진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늘면서 전일 대비 5%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금호산업도 마찬가지로 반짝 반등에 성공했다.

      하루 전인 27일에도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하면서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주요 그룹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오너 리스크가 항상 거론된 회사였기 때문에 오너의 퇴진으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주총에서 부결된 것은 박삼구 회장의 퇴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최근의 회계 처리 문제와 관련해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그룹 전반적인 재무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에서 뚜렷한 재무구조개선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는데, 명확한 성장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경영진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으로 거론돼 왔다.

      29일 열리는 금호산업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과 같은 수모(?)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주식시장은 모처럼 웃었지만, 반등한 주가 흐름이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자는 "항공 산업의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 해소라는 이벤트만으로 주가의 상승세가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이전과 달리 항공 그룹주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덜 한 것도 향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고 했다.

      두 오너는 회사를 떠났지만 이들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책임질 최측근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한진칼은 오는 29일 주총을 열어,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날 주총을 열고, 지난해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창수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