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지분 12%를 제값에 팔 수 있을까
입력 2019.04.17 07:00|수정 2019.04.18 09:43
    지금은 '캐스팅보트', 매각 후엔 '애물단지' 될수도
    경영권 프리미엄 얹은 가격에 함께 매각하는 게 최선
    금호석화, 태그얼롱 등 함께 매각할 권리 無
    •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수순에 들어가며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약 12%로, 경영권 지분은 아니지만 잠재 인수자가 무시하기도 어려운 규모다.

      가능만 하다면 금호석화는 어떻게든 이번 매각에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 자칫 경영권 없는 덩어리 지분만 남게 되면 추후 처분이 쉽지 않아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 및 금호산업 보유지분(구주)+추가 증자'까지 매각되는 상황이다보니 낄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금호산업도, 채권단도 그리고 인수자도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굳이 같이 매각하거나, 인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관련, 금호산업과 어떤 주주간 계약도 맺지 않고 있다. 태그얼롱(tag-along;동반매각행사권) 등 이번 매각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할 수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발표하며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각요청권)을 언급했지만 이는 채권단 중심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 자사 보유 지분도 처분하겠다는 의미에 해당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이 진행될 때 금호석화가 마냥 방관자로 있기만은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가 의미가 있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자금 조달 루트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견제자이자, 일종의 캐스팅보트(casting-vote;결정적 투표권) 역할을 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가 바뀐다면 이런 의미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매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의 지원을 받고, 매각 후 새 최대주주가 추가로 자본을 투입한다면 지분도 큰 폭으로 희석될 수 있다. 물량부담(오버행) 이슈가 주가를 누르는 가운데, 새 최대주주와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에 금호석화는 이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 매각 시기와 방식은 물론, 금호산업과 채권단 중 누가 매각을 주도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금호석유화학은 "만약 예비 인수자 측에서 드래그얼롱을 요청한다면 매각 조건에 따라 검토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실 금호석화에게 가장 좋은 방향은 이번 기회에 지분을 같이 파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가 본격적인 매각 단계에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교섭해 태그얼롱 등 권리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차피 팔아야 할 지분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힌 가격에 일괄 매각하는 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매각 대상 지분이 늘어나면 인수자의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흥행 확률이 줄어든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에 더해 상당금액의 증자까지 추가로 인수하다보면 경영권 지분은 충분히 확보하고도 남을 전망이다. 이런 판국에 굳이 금호석화가 보유한 구주까지 사줄 이유가 없다. 아직 '증자규모'나 '증자방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 나온 구주+증자 규모와 채권단의 5000억원 자금지원을 감안하면 이 지분에 대한 투자만으로도 50%이상 지분율을 인수자가 확보하게 된다.

      금호산업이나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도 같이 매각할 유인이 떨어진다. 자사 지분 매각에 심혈을 기울일 판국에 굳이 금호석화 보유지분 매각까지 챙겨줄 이유가 없기 때문.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금호석화가 주체가 되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한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6일"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으며 자금력있는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하여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기를 희망하며 당사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도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라는 회사 입장을 밝혔다. 금호석화로서는 결국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이 증자로 희석되거나 새 최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캐스팅 보트 역할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이런저런 대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상황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4월 16일 20: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