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는 왜 롯데카드 인수에 배팅했나
입력 2019.05.08 07:00|수정 2019.05.09 09:35
    금융업 안정성 주목...정책 리스크도 바닥 지나
    카드 점유율 평준화...추후 '인수하면 1위' 매력 부각
    고용보장·이해상충 이슈 없었던 것이 인수 배경
    • 롯데 금융 계열사 매각이 사모펀드(PEF)들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마무리 중이다. 가장 주목받은 대상은 롯데카드로, 한때 MBK파트너스-우리금융지주 컨소시엄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한앤컴퍼니가 이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의 관심사는 한앤컴퍼니가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이유다. 한앤컴퍼니 안팎의 목소리를 종합하면▲절대강자가 없는 카드업계의 과점 구도 ▲금융지주사 등을 대상으로 되팔수 있는 엑시트 기회 ▲롯데카드의 현금창출력 등이 이유로 꼽힌다.

      ◆ 절대강자 사라지는 카드업계...1위 사업자 만들 수 있는 재매각 가능성에 '배팅'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100%에 대해 1조8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책정하고, 이 중 지분 80%를 인수키로 했다. 롯데카드의 자기자본이 2조2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가격을 매긴 셈이다.

      현재 7개 전업카드사 중 2위 사업자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현재 PBR은 0.6배 정도. 또 금융지주사들의 평균 PBR은 0.5배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 5위 사업자에게 선도 사업자보다 30% 이상 높은 가치를 매긴 셈이다.

      사모펀드(PEF)인 한앤코 입장에서 최종적인 노림수는 '재매각'일 수밖에 없다.  한앤컴퍼니는 이 정도 가격을 주고 인수하더라도 추후 충분히 프리미엄을 붙여 추후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전략적 투자자(SI)에게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단 '절대 강자'가 사라지고 있는 카드업계 판도가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국내 신용카드 부동의 1위는 신한카드다. 그러나 위상은 예전같지 않다. 한때 30%가 넘었던 신한카드의 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2%로 줄어들었다. 반면 2위인 삼성카드가 꾸준함을 보이는 가운데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가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5년 동안을 감안해도 1위 신한카드 점유율은 2.3%포인트 감소한 반면, 삼성·KB·현대카드의 평균 점유율은 지난해 16.7%로 뛰어올랐다. 과거 1위와 격차가 8.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2~4위 사업자와 격차는 어느새 5%포인트대로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업계 점유율의 '평준화' 추세가 이어지다보니 유통 부문 충성 고객층을 바탕으로 11%의 안정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가치는 향후에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달리 말해 금융지주 계열의 경쟁사업자 중 누구라도 추후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신한카드를 제치고 카드업계 1위를 노릴 수 있다.

      게다가 국내 대형금융지주사들은 하나같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외치고 있다. 카드업은 은행과 시너지가 큰데다 평균 마진률이 높다보니 육성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업분야다. M&A 여력이 없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이번 인수전에서 빠졌지만,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참여하며 카드부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추후 투자회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매각에선 롯데그룹이 고용보장이나 이해상충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향후 한앤컴퍼니가 매도자 입장에서 서면 이런 제약이 상당부분 희석된다"고 말했다.

    • '매각의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회사 운영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높은 현금 창출력 때문인데 한앤컴퍼니 역시 이에 주목했다.

      롯데카드는 카드산업에 대한 정책 리스크가 크게 부각했음에도 불구, 최근 3년간 1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왔다. 이 기간 매년 자산도 10% 안팎으로 성장하며 연간 1500억~200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해왔다. 한앤컴퍼니는 여기에 금융업에 밝은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면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추가적인 현금 투입 요인도 적다. 롯데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8% 수준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가이드라인인 8%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추후 추가 자본투입 필요성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낙관하기만은 어렵지만 현재 카드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정책 리스크의 완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기 상황에 따라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압박 등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거래를 통해 재계 5위인 롯데그룹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맺게 되는 것도 주요 효과로 꼽힌다.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국내 경제산업구조를 감안하면 대형 사모펀드들로서는 이들과 협업관계가 쌓이면 쌓일수록 앞으로 나올 계열사ㆍ자산 매각 등에서 신규 거래를 선점할 기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 한앤코, 경쟁사보다 2000여억원 더 베팅...오랜만의 비딩 거래 적극 참여 

      사실 이 같은 전략은 비단 한앤컴퍼니만에게 해당되는 장점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나 하나금융지주 등 경쟁사들도 이런 매력을 눈여겨보고 본입찰에 참여했다. 다만 차이를 만들어 낸 지점은 이해상충·고용보장 등 질적 판단, 그리고 생각보다 컸던 인수 희망금액의 격차 등이 꼽힌다.

      일단 롯데그룹 의사가 반영된 '질적 판단'에서도 한앤컴퍼니가 다른 후보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고용보장을 비롯한 계약 요구 조건(마크업)에 대해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방안이 매각측의 인정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이미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투자자들은 이 부분에서 아무래도 열세에 처할수밖에 없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하나카드의 존재로 인해 롯데카드 임직원 고용보장이 쉽지 않았던데다, 롯데그룹과의 협조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롯데그룹에서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의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의 결제 데이터가 롯데카드에 쌓이는 까닭이다.

      결정적으로 제시한 인수금액 차이도 컸다. 한앤컴퍼니와 2위 MBK파트너스가 써낸 인수 희망금액의 차이는 100% 지분 가치 기준 약 2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하나금융지주는 MBK파트너스보다도 더 낮은 가격을 써냈다.

      최근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가 쌓이고 있는 사모펀드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래고, 투자 앵글이 뚜렷하다면 적극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마침 한앤컴퍼니도 새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이뤄진 상황. 이번 거래의 경우 한앤컴퍼니는 현재 결성중인 2조원 규모 3호 블라인드펀드와 인수금융을 통해 롯데카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접촉해 공동투자(Co-Investment)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인수를 검토하는 상황이다보니 매각가격 제안에서 단독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 웅진식품 인수를 마지막으로 대형 옥션 딜(경쟁 매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6년 만의 대형 옥션 딜에서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를 따낸 점도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롯데카드는 한앤컴퍼니의 첫 대형 금융회사 포트폴리오에 해당된다.

      한앤컴퍼니가 추후 추가로 금융회사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사용할지도 관심이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대한시멘트-한남시멘트, SK해운-에이치라인해운, 웅진식품-동부팜가야-대영식품 등 유사업체를 인수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활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