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끝이 아니다?…LG그룹 제조계열사 해외 이전 경향 '뚜렷'
입력 2019.05.09 07:00|수정 2019.05.10 09:46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등 전자계열사 해외 투자 늘려
    경쟁심화 속 고정비 부담 커져…베트남 등 세제혜택 통해 '유인'
    재무부담·본업 불확실성으로 해외투자 수요 더 늘 듯
    • LG전자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접기로 한 결정이 화제가 됐지만, LG그룹 내 제조 계열사들의 해외 이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그룹 내 전자 소그룹의 불투명한 업황과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엑소더스(Exodus)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가 이전을 결정한 베트남 하이퐁캠퍼스는 지난 2015년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소그룹이 각각 투자해 설립했다. LG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총 1조7000억원(15억달러) 규모 투자를 해당 부지에 집행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LG그룹 각 계열사들의 베트남 법인들의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하이퐁 법인(LG Electronics Vietnam Haiphong)이 대표적이다. 2015년 약 8500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지난해 2조90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현지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 무엇보다 인건비 등 고정비 축소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는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418만동(약 20만6000원) 수준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설비를 옮기기 전엔 LG이노텍이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마쳤다. 회사는 베트남 생산 부지 확장을 위해 약 1500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국내에서 보유 중인 설비도 현지 법인으로 양도했다. 동시에 일부 국내 구미, 오산 부지 등은 일부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핵심 공급처인 애플(Apple) 아이폰향(向) 카메라 물량을 두고 일본 샤프, 중국 오필름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사들도 일찌감치 베트남으로 설비를 이전해 원가 절감을 꾀하고 있다. 이에 맞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현지 이전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2017년 중국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를 통해 약 5조원 규모 10세대 OLED 설비투자를 해외에 집행했다. 국가 핵심 기술을 우려한 산업자원부가 승인을 늦추는 등 견제에 나서기도 했지만, 재무부담을 고려할 때 해외투자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평가다. 추후 10세대 설비 추가 도입 등이 결정되더라도 국내 파주 공장 대신 중국 혹은 베트남 내 생산법인 내 투자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다.

      LG그룹의 제조업 이전 추이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방 사업들의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각 계열사들이 향후 대규모 투자를 앞둬 재무부담도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LG전자가 꾸리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면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소그룹 계열사들의 연쇄 부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및 LG이노텍 등 3사 합산 자본적지출(Capex)은 12조3000억원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도 전년 수준에 육박하는 대규모 지출이 예상된다"며 "반면 LG디스플레이 및 LG이노텍이 잇따라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보여 신용등급 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에 앞서 삼성전자는 이미 가전과 TV, 스마트폰 사업의 제조 설비의 베트남 이전을 마치기도 했다. 기술개발(R&D) 및 미래먹거리 발굴 거점은 미국 현지법인 ‘삼성넥스트’ 등에서, 생산은 베트남에서 전담해 비용을 절감하는 이원화 전략을 폈다. 최근에는 자사 제조 설비는 물론, 주요 협력업체들의 생산 설비도 베트남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구미공장에서 일부 스마트폰 생산을 맡고 있긴 하지만 비중이 크진 않다”라며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국내 제조 비중은 20% 미만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물론 최근 해외 이전을 결정한 국내 제조업체들 대다수는 아직까지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R&D 설비 등은 국내에 유지해 명맥을 잇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국가들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이제 생산설비 뿐 아니라 R&D 설비에 대한 세제 혜택 범위를 추가적으로 늘려 유인책을 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대기업집단의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축소하는 등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모바일·LCD 디스플레이 등 그간 LG그룹이 꾸려온 사업에서 이제 중국 경쟁사 대비 가격 외 경쟁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점차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먹거리를 찾기까진 해외 이전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