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금융, 롯데카드 인수전서 'M&A 밑천' 드러나
입력 2019.05.10 07:00|수정 2019.05.13 09:38
    자금 동원력 한계 절감...인수 구조도 제한돼
    올해 '빅 바이어' 자리매김은 어려울 듯
    자본여력은 점차 해결...잠재 인수자 포지셔닝
    • "롯데카드 매각을 통해 하나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은 KB·신한같은 '빅 바이어'(big buyer;대형 인수자)가 아님이 드러났다고 봐야죠. 당장 교보생명보험 경영권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두 그룹은 명확한 한계로 인해 공격적인 도전이 어려울 겁니다." (한 대형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하나금융ㆍ우리금융이 비은행 강화 기치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임했지만, 결국 자금 동원력의 '한계'만 시장에 내비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SI로서 주가를 올렸다. 내부적으로도 롯데카드 인수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다. 카드론 포함 지난해 신용카드이용실적 기준 하나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8.25%로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사 7곳 중 7위였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19.29%로 삼성카드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전산통합을 마무리짓고 비은행으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금융지주 총 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1%,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였다. 비은행 비중을 목표인 30%까지는 상당한 격차가 남아있다. 롯데카드는 가시적으로 빠르게 비은행 확충 성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자금동원력이 발목을 잡았다. 하나금융은 인수 협상 과정에서 '당장 준비할 수 있는 현금 1조원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제는 이게 전부였다는 것이다.

      올해 3월말 기준 하나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4.1%에 달했다. 계열사 추가 출자 한도는 9500억원으로 계산된다. 자회사 출자여력의 대부분을 증권에 집중한 탓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투자에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4월초 2650억원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롯데카드 경영권 최종 낙찰 가격(80% 기준 1조4000억원대)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지난 3년간 800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상황에서 앞으로 발행을 무턱대고 늘릴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하나금융이 참여할 모든 M&A에도 해당되는 이슈다. 하나금융의 자금동원력은 1조원 남짓으로, 초대형 M&A에 참여하려면 자본확충이나 별도의 인수 구조를 짜는 게 필요하다. 이는 자회사 100% 지분 인수가 쉽지 않아진다는 뜻과도 같다.

      최근 신탁사·운용사 등 잇따라 비은행 금융사 M&A를 성사시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이 8%에 머물며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M&A에서 자금 동원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것이다.

      자금여력이 있는 우리은행을 통해 공동투자(Co-Investor)로 참여한 뒤, 추후 여력이 생기면 경영권을 인수하는 구조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는 평가다. 이번에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만큼 추후 다른 대형 금융사 매각에도 비슷한 구도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범 만 1년이 되는 내년 내부등급법을 통해 보통주자본비율을 끌어올린다 해도, 인수 여력은 여전히 제한된다. 4월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18조원 안팎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기준으로 한 자회사 출자여력은 5조7000억여원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내부에 현금이 쌓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지주의 현금 동원은 우리은행 등 자회사 배당과 회사채 발행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근 3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도 이 같은 자금 확보의 일환이었다.

      배당금 수취도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이 지난 3월 결정한 4300억여원 규모 배당은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주주들에게 주어진다. 지주는 올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지 않는다면 채권 발행만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현금흐름이 확보되지 않으면 추가 차입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그룹 모두 시간이 지나며 자본여력은 점차 커지겠지만 당장 올해 대형 딜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힘들 것 같다"면서도 "비은행 육성 의지를 드러내며 잠재 인수자로 확실히 포지셔닝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무형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