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에 '잭팟' 안긴 KCFT…LS그룹이 헐값에 넘긴 걸까
입력 2019.06.24 07:00|수정 2019.06.25 09:25
    유입된 1조원 '4차산업' 대비하겠다 했지만
    LS오토 재투자·지주사 배당·기존 차입 상환 등으로 소요
    상대방 KKR은 1년만에 3배 '잭팟'…"SKT와 두고두고 거론"
    • KKR이 배터리 동박업체 KCFT 매각으로 1년여 만에 3배 차익을 거두면서 과거 매도자였던 LS그룹이 덩달아 M&A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음원업체 멜론(현 카카오M) 매각에서 글로벌 PEF 어피너티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준 SK텔레콤과 더불어 향후 PEF ‘대박’ 사례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평가다.

      최근 들어 투자은행(IB)업계에선 당시 LS그룹 내에서 해당 거래에 관여한 주요 임원들의 문책성 인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언급됐다. 당시 거래 전반을 챙기던 지주사 (주)LS의 사업조정부문장(상무)가 올해 초 LS그룹을 떠났고, 해당 본부가 와해하면서 이런 언급은 업계에 더 확산됐다.

      반면 LS측은 강하게 부인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사업조정부문은 계열사 내 일부 임직원이 파견돼 만들어진 한시적인 조직이었고, 해당 본부장도 그룹에서 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해 스스로 과거에 재직했던 회사로 복귀한 것"이라고 반반했다.

    • 이런 이야기가 회자할 정도로 당시 KKR과 LS그룹간 거래에 대한 IB업계 내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우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재무구조 관리가 시급했던 당시 LS그룹의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적기 매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시각이다.

      LS엠트론은 기계사업(트랙터 등)과 부품사업(동·박막, 전자사업 등) 양 사업군이 주축이다. 매각 직전 해인 2016년 영업이익(1035억원, 연결기준) 중 대부분이 매각 대상인 자회사 LS오토모티브(비중 60%)와 동박·박막 사업(10%)에서 나왔다. 주력인 기계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을 겪어왔다.

      문제는 그나마 수익이 나던 사업부에서도 대규모 설비(Capex)투자 여부를 결정해야할 시한이 다가왔다는 점이다. LS오토모티브는 멕시코 등 해외 확장을 준비하면서 매각 직전까지도 투자금 확보에 분주했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해결하려 했지만,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는 악화하던 상황이었다. 자체 차입을 통해 해결하더라도 100%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LS엠트론의 재무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상황. 정작 LS그룹은 지난 2015년에도 회사 매각을 추진하다 철회하는 등 지원 의지도 크지 않았다.

      LS엠트론 내 동박·박막사업도 투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매각 직전 해 흑자로 전환하며 주주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LG화학 등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들이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설비를 늘린 만큼, 현지 투자까지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LS엠트론 입장에선 본업에서의 이익은 박한 상황에서, 향후 투자처는 분산될 상황이다보니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시기였다는 설명이다.

      LS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있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며 동박·박막의 수요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엔 공감하더라도, 계열사의 재무구조 안정화에 더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다. 이미 그룹 내 중추인 LS전선에서 전기차용 고전압 하네스 전선 등 관련 사업에 투자를 늘려가는 만큼, 투자처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 LS그룹은 우선적으로 LS오토모티브 매각을 최우선에 뒀지만 사실상 개별 매각은 불가능했다는 게 M&A업계 평가다. 당시 KKR 측에서도 동·박막 사업부문을 매각 대상에 포함할 것과 LS그룹이 LS오토모티브에 재투자 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결과적으로 매각 이후 LS오토모티브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물량 축소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반면 LS그룹과 완전히 절연된 KCFT는 KKR에 대박 회수 사례로 되돌아왔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KCFT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패키지 매각' 전체로 봤을 때 당시 LS오토모티브의 기업가치는 오히려 기대보다 높게 평가받았다“며 ”LS그룹이 LS오토모티브 매각만 고집했다면 거래가 아예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S그룹이 성급하게 팔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상대방인 KKR이 3000억원에 산 회사를 1조2000억원에 팔았다는 단순한 '숫자' 때문이다. PEF 종사자 사이에선 1년 남짓한 투자 기간 탓에 "KKR도 인수 이후 기업가치 제고 사례를 밝히기도 스스로 민망할 것"이란 관전평이 나올 정도다.

      KKR도 인수와 동시에 금융기관에서 2200억원을 차입하는 등 투자 확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 기업가치가 급상승한 건 LS시절 투자를 집행한 전지박 3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서다.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매각 직전부터 시작된 일본 파나소닉향 매출이 본격화되는 등 이미 호재도 뚜렷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정작 LS그룹의 눈높이 탓에 매각만 3수 째인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 등과 비교할 때 서둘러 매각을 진행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시기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직접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총알'을 확보하고 있다"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유입된 대금의 사용처를 둔 의문도 나온다. 그룹은 해당 재원을 ▲지주사 LS(주)로의 배당 ▲LS엠트론의 재무개선 ▲그룹의 새 포트폴리오 변화를 위한 자금 마련 등으로 두루 사용했지만, 사실 어느 하나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거래였다는 박한 평가도 나온다.

      LS엠트론이 LS오토모티브와 동박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대금은 알려진대로 1조500억원이다. 이 중 두 회사의 기존 차입금을 정산하는 데 약 3500억원이 소요됐다. 또 KKR과 함께 매각한 LS오토모티브(엘에스에이홀딩스)에 재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 가량을 소요했다. 정작 순 현금 유입은 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모회사인 (주)LS로 약 1300억원 가량을 배당하면서 정작 회사가 손에 쥘 현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대한 당시 LS그룹 상황을 반영해 이해하더라도 전기차 사업에서 힘을 빼면서 정작 그 돈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에 수익이 집중된 LS오토모티브에 재투자 한 전략은 이해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정작 재무구조 개선에도 LS엠트론의 신용등급(A)은 이전 대비 한 단계 하락했다. "주요 수익창출원을 매각하면서 사업안정성과 영업기반이 사라졌다"(한국신용평가)는 이유다. '4차산업 전환'이란 명분을 내세워 LS엠트론 내 남아있던 전자소재사업도 분사 후 매각을 곧이어 추진했지만, 계약 무산으로 상대방인 PEF 스카이레이크와 법적 공방까지 예고하는 등 삐걱대는 상황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매각을 진행했다면 사후적인 평가와 별개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LS그룹이 1조원을 확보했다고 알렸던 소식에 비해 이후 그 대금을 어떻게 쓰겠다는 비전은 아직 뚜렷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