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동반성장 벽…PEF 투자·회수 활동 부담 가중될 듯
입력 2019.06.27 07:00|수정 2019.06.28 09:47
    중기 적합업종 제도 후 대기업 행동 위축
    PEF, 투자 기회지만 잠재 회수 상대는 줄어
    생계형 적합업종까지 도입되며 더 위축
    "대기업 손발 묶여…일자리 정책과도 배치"
    • 동반성장의 영역이 중소기업에서 소상공인으로까지 넓어지면서 대기업의 국내 투자활동이 더욱 위축됐다. 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벗어나려던 사업이 보다 규제가 강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보기 어려운 업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의 회수 길은 좁아졌다. 향후 회수 부담 때문에 투자처를 고르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0년 말 출범했고, 이듬해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가 시작됐다. 말 그대로 중소기업 형태로 사업을 하는 것이 적합한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역할을 나누고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자단체가 적합업종 합의를 신청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당사자 의견 청취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 낸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그 내용에 따라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거나 신규 진입하지 못하게 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권고 형태로 강제성은 크지 않다. 정책에 반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대기업들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키우기 어렵다고 보고 사업을 정리하기도 한다.

      PEF 입장에선 대기업이 하기 어려워진 사업을 받아올 기회가 될 수 있다.

      SK그룹은 2017년 1위 중고차업체 SK엔카(직영몰)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중고자동차판매업은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CJ그룹도 예식장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자 2016년 웨딩사업부 아펠가모를 유니슨캐피탈에 매각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다음 회수 때 대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적합 업종 지정 기간은 3년이지만 1회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다. 최대 6년간 해당 사업에서 대기업이 기를 펼수 없다. 기간이 지나도 위원회의 시장 감시가 강화하거나 중소기업과 맺은 ‘상생협약’ 등 제약을 받기 때문에 대기업이 발을 다시 들이기 쉽지 않다.

      PEF가 투자한 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포트폴리오의 경우에도 대기업으로의 매각을 기대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투자할 때부터 지정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회수는 물론 투자에 있어서도 선택지가 좁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올해부터는 ‘생계형 적합업종’이라는 고려 요소도 더해졌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작년 12월 시행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진입장벽이 낮아 다수의 소상공인이 영세하게 꾸려가는 업종이다. 이에 지정된 사업은 대기업 등이 인수, 개시 또는 확장해선 안 된다. 위반 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시정을 명할 수 있고,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그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위반행위 관련 1일 평균 매출액이 1천만원 이하인 경우엔 매출액의 2%, 1억원 이하는 3%, 1억원 초과 시 4%가 부과된다. 강제금은 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해서 부과할 수 있다. 이익률이 낮은 사업이라면 더더욱 대기업이 참여할 유인이 줄어든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합의된 업종 중 1년 안에 합의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소상공인단체가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벗어나면 그나마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벗어나려는 시점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아예 그럴 가능성이 사라진다.

      올해 초부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기간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간이 만료된 제과점업과 중고자동차 판매업은 각각 대한제과협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을 요청한 상황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PEF가 적합업종 해당하는 기업을 대기업에 매각했을 때 그 자체가 무효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평판 위험이나 행정벌 부과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이 나서 고용을 늘리고 한계 기업을 살리는 효과도 있을 텐데 이를 막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다만 동반성장 정책이 PEF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대기업이란 잠재 후보가 줄어드는 영향은 무시하기 어렵지만 그 사례가 많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PEF 담당 파트너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적합업종은 PEF들이 탐을 낼만한 것들 것 많지 않다”며 “PEF도 투자할 때부터 그럴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회수를 못해 허덕이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