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화는 미ㆍ중 무역분쟁…현대차 제 2의 ‘사드사태’에 촉각
입력 2019.07.01 07:00|수정 2019.07.02 12:07
    중국 금융기관 크레딧 리스크 불안감
    중국정부 바오상은행 공적관리
    감사보고서 제출 못한 은행도 ‘수두룩’
    포기할 수 없는 중국시장, 자동차 성장세는 이미 ‘뚝’
    무역분쟁 장기화 땐 ‘제 2의 사드사태 배제 못해’
    • 중국과 미국이 최대 판매처인 현대자동차는 앞으로도 양국의 전략적 판단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당분간 유예된 ‘관세 부과 조치’에 촉각을 세워야하고, 중국에선 급감한 판매량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은 일부 중국은행들의 경영난, 이에따른 중국 금융시장 내 신용위험(크레딧 리스크) 확산이 현대차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DD) 갈등이 현대차에 직격탄이 됐다면 이번엔 중국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또 한번 현대차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중국은행들의 부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중앙 은행인 ‘인민은행(人民銀行)’은 상업은행인 바오상은행(包商銀行)의 경영권을 접수하고, 공정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정부가 지방은행의 경영권을 접수한 것은 지난 1998년(해남개발은행)이후 20여년 만이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크레딧 리스크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금융권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미 지방 중국 중소 상업은행들의 경영난이 추가로 발생할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지방은행의 부실을 공론화하며 공적관리에 포함시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현재 중국경제 지표를 볼 때 중소은행들의 부실이 얼마든지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약 18곳의 중국은행들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국내 금융권은 물론이고 주요 기업들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은 이미 소비 시장에서도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 등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지난 5월, 전년 동기대비 12.5%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전반적인 자동차 판매의 감소는 현대차와 기아차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고, 현대차는 같은 기간 5.7%, 기아차는 24%의 판매량 감소를 기록했다. 현대차 베이징 제 1공장은 올해 초 폐쇄했다. 기아차의 중국 1호 공장인 ‘옌청 1공장’도 이달 말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외에 인도와 남미 등을 비롯한 신흥국을 대상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시장의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중국 내 판매부진은 현대차 전반적인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 3국의 실적이 유의미하게 올라올 때까지 적어도 현재수준을 유지하는게 시급하다.

      또 다른 최대 판매처인 북미시장에 기대를 걸기도 애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예상됐던 수입차 추가 관세(최대25%) 부과조치를 약 6개월 간 연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관세부과 조치가 정치적 카드로 사용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현대차에 여파를 미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소비침체 및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 둔화는 현대차에 부담스러운 상황임에는 분명하다”며 “현대차는 물론이고, 중국에 진출한 협력업체들의 침체가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