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소액주주들, 코웨이 재매각의 '최대 피해자'
입력 2019.07.01 07:00|수정 2019.07.02 12:06
    1년 반 사이 주주가치 급락...EPS·배당 모두 '뚝'
    주식 수 급증·부채비율 급등에 주가는 급락
    코웨이 재매각한다고 주주가치 되살리기 어려워
    • "LG가 뛰어든 렌탈 시장은 이제 버티기도 힘든데... 방문판매 시너지는 구실일 뿐 그냥 코웨이에 대한 윤석금 회장의 미련 때문에. 전에도 욕심 부리다 여럿 말아먹더니..." (웅진씽크빅 주주게시판, 소액주주 A씨의 글)

      "윤회장의 노욕으로 멀쩡한 회사 엉망진창 만들고 배당도 없고 빚만 잔뜩 지워놓더니 정상화는 요원하네. 소액주주들 완전 거지됐네." (웅진씽크빅 주주게시판, 소액주주 B씨의 글)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웅진씽크빅은 우량한 회사였다. 현금성 자산이 유동부채보다 많은 사실상 무차입 상태였다. 배당성향도 20%의 양호한 수준이었다. 별도기준 주당 순이익은 809원, 주당 배당금은 163원이었다. 주가는 시가배당률 2~3%선인 6000원 안팎을 유지했다.

      불과 1년 반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3300만여주이던 발행 주식 수는 1억3257만여주로 4배나 늘었다. 76%이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 287%로 4배 뛰었다. 별도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을 연환산한 주당 순이익은 65% 줄어든 289원에 불과하다. 2018사업연도엔 배당도 없었다.

      그 사이 웅진씽크빅 주가는 한때 2500원선까지 밀렸다. 2017년말 대비 60%가량 떨어졌다. '한 달에도 열 번은 생각했다'던 윤석금 회장의 무리한 코웨이 재인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웅진씽크빅 소액주주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재매각하면 웅진씽크빅 주주들은 주주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코웨이 인수 이후 웅진씽크빅에 반영돼있는 관련 부채는 1조7300억원 안팎이다. 장기차입금이 1조1000억원, 전환사채 5000억원, 주식담보대출 1300억여원 등이다.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코웨이 지분 25%의 가치는 현 주가 기준 1조5300억여원에 머문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재매각으로 '다시 무차입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식 현물 가치가 떨어졌다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나의 의문이 제기된다. 불과 3개월 사이 코웨이의 기업가치가 변했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채무상환에 급급한 웅진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잠재 인수자들이 웅진이 만족할만큼 높은 가격에, 빠른 의사결정 으로 코웨이를 인수해줄지도 의문이다.

    •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웅진씽크빅에 매각 자금이 고스란히 남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웅진씽크빅의 모회사인 ㈜웅진의 재무상태도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별도 기준 ㈜웅진의 부채총계는 6176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무려 5944억원이다. ㈜웅진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9억원에 불과하다.

      ㈜웅진은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2660억원을 단기 차입했고, 이 중 2200억여원을 웅진씽크빅에 대여해줬다. 그리고 4월 초 출자전환을 통해 대여금을 모두 주식으로 바꿨다. 웅진씽크빅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길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만약 ㈜웅진이 웅진씽크빅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 한다면 웅진씽크빅 주가에 물량부담(오버행)을 줄 수 있다. 웅진씽크빅 내부 현금을 끌어올리려면 배당과 유상감자 정도가 남는다. 출자전환을 통해 웅진씽크빅 지분율을 24%에서 58%로 끌어올린 ㈜웅진 입장에서 배당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웅진씽크빅 주주들은 일시적으로 배당 수혜를 같이 누릴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코웨이를 손해보지 않고 판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다. 주식 수 급증으로 인해 주당 배당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부 현금이 고갈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그나마 희망이 됐던 코웨이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주가 회복세는 더딜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코웨이의 렌탈·방문점검과 웅진씽크빅의 방문교육·판매에 비즈니스적 유사성이 있고, 이를 통해 양사가 서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봐왔다. 현재 웅진씽크빅 평균 목표가 4000원은 이런 전제 아래 세워진 것이다.

      코웨이를 매각하면 이런 예상은 '없던 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웅진씽크빅의 본업 경쟁력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웅진씽크빅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595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6% 줄며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연초 웅진씽크빅에 대한 1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90억원 안팎이었다. 사실상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웅진씽크빅 주가는 예측이 무의미하다"며 "코웨이 매각 흥행 가능성, 매각 가격, ㈜웅진의 자금 회수 규모와 방식 등 변수가 지속적으로 주가에 큰 변동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