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지주사 전환? 행장연임용 '낙하산' 만들기 비판
입력 2019.07.01 07:00|수정 2019.07.02 12:07
    자회사 운영팀 인력 확충 검토…지주 전환 관련성 주목
    지주 체제 장점 있지만 기업은행에는 적용 어려울 수
    은행 의존도 높아 실익 의문…회장 자리 만들기 포석?
    현재는 나서기 어려워…은행도 기재부도 “검토 안 해”
    • IBK기업은행이 최근 자회사 관리 인력 확충에 나서며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이나 비은행 계열사의 미미한 존재감을 감안하면 지주사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효용이 많지 않다면 굳이 별도로 지주를 설립하고 회장 자리를 만들어 억측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논의 자체가 행장 연임과 정부 측 인사를 위한 '낙하산 자리' 늘리기라는 이해 관계가 일치하면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은 10년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용로 전 행장이 2008년 IBK투자증권을 설립했고 이듬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했지만 중단됐다. 그리고 현 김도진 행장이 2016년말 취임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자회사 운영팀 인력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해당 팀은 현재 팀장 1명과 팀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에선 자회사 규모가 커지고 업무도 늘어남에 따라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자회사에 대한 관리 강화가 지주회사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원론적으론 지주사 전환의 실익이 아예 없지는 않다. 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계열사간 고객 정보를 활용한 연계 영업이 가능해진다. 강화하는 자본규제를 감안하면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집행하기 쉽지 않다. 비은행 계열사를 은행과 병렬 구조로 만들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수익 규모도 키울 수 있다.

      한 금융당국 자문위원은 “기업은행이 작년 실적이 좋긴 했지만 규제 환경상 장기적으로는 은행업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제는 지주사 전환 논의가 지금 이 시기에 다시 거론된 것이 실질적인 필요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재 IBK금융그룹에서 기업은행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자산, 순이익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영향력도 크다. IBK투자증권이 중기특화증권사로서 코넥스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IBK캐피탈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집행한다지만 실제로 ‘중소기업 지원’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IBK금융그룹 출신 투자업계 관계자는 “IBK는 현재 은행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선 지주사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을 뿐더러, 은행에서도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시장에 뛰어 들어 큰 돈을 벌어오길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설령 지주사로 전환한다 쳐도 다른 금융그룹처럼 매트릭스 조직 등 강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지 않으면 내부 알력 다툼만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정책금융 역할을 수정할 때는 IBK투자증권과 자산운용 등 민간과 겹치는 영역의 자회사가 매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2015년 기업은행의 IBK투자증권 증자 참여 역시 운영자금 지원 이상으로 보기 어렵단 평가다. 게다가 현 상태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계열사들은 목소리가 큰 은행에 더해 그 위의 지주까지 눈치를 봐야 한다. 사실상의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만들어진다. 행장이 그룹을 이끌어도 충분한데 굳이 지주 회장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에 힘을 싣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주인인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도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나서기 어렵다. 과거 산업은행에 대해 산은지주, 정책금융공사라는 중층 구조를 마련했다 수년 만에 산업은행 체제로 회귀한 전례가 있다. 지주체제를 꾸렸다가 효과가 없으면 향후 책임 공방을 감수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침 행장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시기에 지주회사 전환 언급이 제기됐다. 알려진대로 김도진 행장은 박근혜 정부측 인사로 분류됐던터라 임기 내내 현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언급을 내는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임'을 노리려면 추가적인 명분이 필요한데 지주사 전환 이슈가 도구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즉 설립목적을 감안하면 지주사 전환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 지주를 설립하면 '회장' 자리와 함께 지주사 내부의 여러 '임원'을 위한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 친정부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올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난다. 한 계열사 사장 자리는 '청와대 몫'이란 평가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결국 '연임'과 '낙하산 자리'를 교환하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이런 비판이 거세진터라 실제로 지주사 전환에 힘이 실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은행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체제 변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을 뿐더러 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라 회장 자리를 만들기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아주 윗선에서 강하게 요구를 하면 외면하긴 어렵지만 공무원들이 지시에 따라 움직여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에 기업은행을 움직여 KT&G 사장 선임에 관여하려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등 여러모로 몸을 사려야 할 처지다.

      김도진 행장의 '연임'이 실제로 가능한지 여부도 미지수다. 기업은행장의 경우, 과거 드물게 연임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3년만 채우고 떠났다. 회장 자리가 만들어진다 쳐도 이에 대한 '보은'으로 현직 행장에 연임이라는 대가가 돌아오리란 보장이 없다. 화두는 던질 수 있지만 추진 여부는 결국 정부의 뜻에 달려 있다.

      현재로선 지주사 전환에 대해 당사자인 기업은행이나 정부 모두 "전환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국고국 관계자는 “기업은행 지주사 전환 관련해서 들어본 적도 검토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측은 “자회사 규모가 커지고 업무도 늘어남에 따라 자회사 운영팀 인원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주 전환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검토도 전혀 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