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갈리는 빅4 회계법인 재무자문…‘안정’이냐 ‘변화’냐
입력 2019.07.02 07:00|수정 2019.07.03 10:22
    삼일, PE· 대기업 자문 서비스 강화
    안진, 부동산 등 신사업 육성에 초점
    삼정, 실사업무 넘어서 IB 영역 넘봐
    한영, 대기업 사업재편에 주목
    • 빅4 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의 안정적인 사업을 강화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성장엔진을 마련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어쨌든 감사부문의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무자문 부문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일단 ‘신외감법’ 시행에 맞춰 회계법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지고 있다. 같은 회계법인 내에 있더라도 사업부문의 성격이 뚜렷해졌다. 감사부문은 안정성 중심의 ‘은행’의 역할이, 재무자문 부문은 역동적인 ‘증권’의 역할이 요구받고 있다.

      이에 맞춰 빅4 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가 바빠지고 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 삼일은 이미 안정적인 캐쉬카우로 자리잡은 사모펀드(PE) 관련 자문업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PE들이 M&A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이들과의 비즈니스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PE 실사를 도와줄 세무자문 업무를 강화하는 등 전력보강에 나섰다.

      더불어 실무영역에서 PE들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보강한다는 생각이다. 이전에는 회계법인 파트너와의 관계를 보고 일을 맡겼다면 최근 PEF 관계자들은 실무진의 '숙련도'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들이 회계법인에 자문업무를 맡기면서 특정 실무자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주문하는 경우도 자주 나오고 있다.

      한 삼일 회계법인 관계자는 “능숙한 실무진이 없으면 일을 맡기지 않는게 요즘 풍토다”라며 “PE와 손발을 맞출려면 기본 회계지식 뿐 아니라 산업 및 PE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니어 시절부터 장시간 트레이닝이 된 인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부러 PE에 회계사를 보내기도 한다. PE에서 직접 일을 해보면서 이해도를 높이라는 차원이다.

      동시에 삼일은 강점인 대기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삼일 출신 회계사들이 주요 대기업의 재무, 전략라인에 포진해 있는 대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차원인 셈이다.

      안진은 삼일과는 다른 노선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미 PE 비즈니스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판단에 부동산, 유통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재무자문-부동산컨설팅-전략컨설팅이 어우러지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주요 지역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통혁신과 더불어 부동산 거래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기업의 중국 철수, 베트남 진출 등 해외 비즈니스에도 집중한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서 재무자문의 먹거리를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삼정은 IB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재무자문의 주요 비즈니스인 실사업무에서 나아가 글로벌 IB들의 먹거리인 대기업 M&A 자문 업무에 발을 담그고 있다. 1000억원 미만의 M&A 거래에선 회계법인들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조단위 거래는 IB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티브로드 매각 등에 참여하면서 이런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업 전략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 KPMG를 활용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으로 글로벌 IB에 뒤질게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삼정은 크로스보더 M&A에는 오히려 강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KPMG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기업들에 대한 방대한 재무 데이터가 있다는 점에서 굳이 외국계 IB보다 경쟁력이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영은 저성장, 디지털 혁신이란 기업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종합 솔루션 제공을 고민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이 활발하게 이루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딜전략, 산업분석, 인수 이후의 오퍼레이션 등에서의 자문업무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략 오퍼레이션 팀을 꾸리고 통합적인 솔루션 제공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회계법인 간의 경쟁구도에서 탈피하자는 데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주어진 틀안에서 제살 깍기 경쟁보다는 IB, 전략컨설팅의 영역으로 자문 업무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무자문본부장 세대교체와 맞물려 빅4 내에서도 이런 주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 빅4 회계법인 고위급 파트너는 “현 단계에선 회계법인이 이런 서비스도 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필요하다”라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회계법인 재무자문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다른 영역과의 경쟁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