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M&A서 '실사' 넘어 '자문'에 참여하기 시작한 회계법인
입력 2019.07.03 07:00|수정 2019.07.04 14:44
    삼일·삼정, 조 단위 M&A 자문 업무 맡아
    셀러 우위 시장에서 딜 소싱 바탕으로 재무자문 맡아
    덩달아 실사 역량도 올라가고 있어
    • 회계법인이 M&A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M&A 실사 영역을 넘어서 조 단위 자문업무에까지 이름을 올리며 슬슬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조단위 M&A에서 아직 글로벌 IB와 1대1 경쟁자로 간주하기는 미흡하지만, 국내 대기업 기획실과 끈끈한 관계와 글로벌 네트워크, 그리고 실무접근성과 전문성 우위면에서는 뒤질게 없다는 판단으로 시장 점유율 높이기가 한창이다.  .

      올해 상반기 대규모 M&A에서는 회계법인들이 '실사'(Due Diligence)가 아닌 '자문'(Advising) 분야에서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1분기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삼일 회계법인은 현대중공업 측 인수 자문 업무를 맡았다. 2분기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 건에선 삼정회계법인이 태광실업 측 매각자문 업무를 맡았다.

      이미 천억원 미만의 중소형 M&A 시장에선 회계법인이 시장을 장악한지 오래다.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는 받아야 하는 외국계 IB 입장으로선 천억원 미만의 거래에는 참여하기가 힘들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계 IB들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딜 규모는 3000억원 이상이다. 이런 규모보다 작은 딜은 이미 회계법인들이 실사부터 자문업무까지 모두 석권했다.

      여기에 최근 대기업 중심의 셀러(seller)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조 단위거래에도 충분히 자문업무를 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국내 기업의 재무 정보를 갖고 있는 회계법인이 딜 소싱에 있어선 IB들보다 우위에 있다보니 딜 소싱은 곧 자문으로 이어진다. 대기업 기획실과의 끈끈한 네트워크도 달라진 분위기다. 감사부문이 재무팀과 오랜기간 소통을 했다면, 재무자문 본부는 대기업 기획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셀러 우위의 시장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매물 정보를 갖고 있는 회계법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회계법인에 매물 정보를 요청하는 판국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회계법인에선 재무자문 업무만을 중심으로 하는 팀을 꾸리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재무자몬 본부를 실사 부문과 자문 부문으로 나누었다.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팀은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주기적으로 회계법인과 접촉하면서 딜 소싱부터 M&A를 같이 논의하는 파트너로서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예 대기업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팀도 꾸려지고 있다. 티브로드 매각 건에 있어서은 딜을 만든 주역이 삼정회계법인의 대기업 거래를 담당하는 팀이다. 삼정은 중장기적으로 KPMG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기업 크로스보더 딜 자문으로의 영역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회계법인들의 사업무도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부실자산 실사 등이 M&A 실사의 주요업무였지만 이제는 인수자 측면에서 전략적인 시너지를 고려한 실사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일테면 M&A 대상 기업의 수익창출원을 분석하고 컨설팅과 함께 앞으로 이 부분이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식이다. 즉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실사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 회계법인 재무자문 파트너는 “이전과 달리 회계법인에 전략적인 사고를 요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실사단계에서부터 맥킨지, 베인과 같은 전략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