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에 韓日까지...무역분쟁 위기감에 국내 증시 또 '블랙 먼데이'
입력 2019.07.08 18:21|수정 2019.07.09 09:35
    코스피 2.2%, 코스닥 3.7% 급락...4개월 만에 최고 낙폭
    일본과의 무역분쟁 위기감이 방아쇠...GDP 전망치 1%대 제시도
    금리인하 기대감은 줄고 증시 PER은 오히려 역사적 고점
    • 미중 무역분쟁이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한일 무역분쟁 위기감이 커지자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이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지수가 급락했음에도 이익 전망치가 더 크게 떨어지며 국내 증시를 '저평가 상태'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42포인트, 2.20% 떨어진 2064.17로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는 더 낙폭이 컸다. 25.45포인트, 3.67% 떨어진 668.72로 마감됐다. 지난 3월25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1~2%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 상위 50개 종목 중 상승 마감한 종목은 단 2종목 뿐이었다. 코스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도체·바이오 및 헬스케어 부문 종목의 하락폭이 특히 컸다. 코스피는 주로 연기금, 코스닥은 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폭락을 이끌었다.

      증시 안팎으로 겹겹이 쌓인 악재가 주가지수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한일 무역분쟁 우려가 구체화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이달 초부터 실현됐고, 오는 18일을 전후로 추가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관련 재고는 수개월 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에서 1.4%로 낮아진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에 타격을 입게 되면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8일 현재 수준의 무역분쟁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GDP 성장률이 올해 1.8%로, 내년 1.7%로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가 연초 내놓은 한국 GDP 성장 전망치는 올해 2.2%, 내년 2.4%였다.

      미중 무역분쟁 역시 여전히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담 이후 진전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협상을 위해선 기존 관세 부과를 중단해야 한다'는 중국 측의 강경한 입장이 알려지며 기대감이 줄었다는 평가다.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세계 교역 위축으로 국내 수출은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3.5% 줄어든 441억달러로 집계됐다. 2016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이 각각 25.5%, 24.5% 감소한 것이 수출 부진의 핵심적인 원인이 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상당부분 위축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6월 고용 동향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며 경기 침체 우려를 상쇄시킨 것이다. 현재 미국 시장 금리는 7월 기준금리 25bp(0.025%) 인하와 연중 50bp 이상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고용지표 발표 이후 7월 동결론까지 부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하강 우려에 따른 예방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뒤 미국 S&P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20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 역시 연일 상승하며 2130선까지 회복세를 보였다. 이런 기대감이 힘을 잃은 것이다. 게다가 국내 기준금리 역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며 7월 동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전엔 '그래도 한국 증시는 저평가'라는 합리화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지적조차 나온다.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음에도 불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오히려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었던 11배를 넘어섰다. 연초 같은 지수대에서 선행 PER이 8배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상장사 12개월 선행 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대폭 하향 조정되고 있는 까닭이다. 당장 지난 1분기 금융회사 제외 코스피 상장사 573곳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6.9% 줄었다. 올해 2분기 실적도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사 컨센서스가 제시된 178곳의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35.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기술적 지지선은 코스피 2050, 심리적 지지선은 2000선에 형성돼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며 "이익 전망치 등을 감안하면 지수가 2016년 수준(1800~1900선)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