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일관하던 기업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물밑작업 치열
입력 2019.07.25 07:00|수정 2019.07.26 11:52
    입찰까지 한달…AK·GS·한화 모두 주요 후보군
    높은 주가는 부담, 제각각 이해관계로 접근
    국내 대형 PEF들 상당수도 참여 검토
    •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의 막이 올랐다. 입찰은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주요 인수후보들은 아직까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매각 발표 이후 높아진 주가가 부담은 되지만, 수십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항공사 거래에 기업들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며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통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매각의 수월성, 그리고 인수후보군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어부산을 비롯, 자회사를 각각 따로 매각할 수 있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덩치가 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에어부산의 분리를 주장하고, 거꾸로 에어부산만을 원하는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산업은행 입장에선 손해 볼 것 없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이를 위한 자본 확충이 목적임을 감안하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으로 '자본유입'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주력이었던 금호그룹 입장에서야 풀서비스캐리어(FSC)와 저비용항공사(LCC)를 모두 보유한 전략이 중요할지는 몰라도,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 입장에선 굳이 항공사 2곳을 모두 보유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매각 측이 통매각을 주장한다고 해도 매각 성공 가능성을 따져봤을 땐 분리매각이 더 유효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후보들 가운데 제주항공을 보유한 AK그룹은 인수전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곳이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고 삼성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 그룹보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관심도도 상당히 높다. 다만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등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공급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항공유를 공급하고 있는 GS그룹도 GS칼텍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 유력한 후보중 하나다. 유가변동에 대한 일정 부분의 헤지(Hedge)를 시너지 전략으로 삼을 것이란 의견과 함께 반대로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즉 유가 변동에 따라 본업과 항공사가 한쪽은 호황을, 한쪽은 실적악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4세 경영인 시대를 맞아 계열분리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도 GS그룹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이 당초 계획했던 M&A를 성공했던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신중한 입장이고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한 매물로는 가격이 부담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실무진 검토 수준이며 참여여부는 미확정”이라는 입장이다. 참여할지 여부와 어느 정도까지의 가격을 감내할지는 입찰이 진행되어서야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한화그룹도 유력한 원매자 중 하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부품 사업을 하고 있고, LCC인 에어로케이에 자금을 출자한 이력도 있다. 최근엔 미국의 우버(Uber)와 손잡고 에어택시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그룹 또한 오너일가 3형제에 대한 승계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최근 아시아나인수를 위한 자문단 구성을 협의하기도 했다.

      시너지 측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업은 SK그룹이다. 다만 그 동안 SK는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수조원 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몇 안되는 여력있는 후보로, 정부가 SK그룹에 거는 기대감도 상당하기 때문에 최종 입찰 참여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경쟁회사 경영권 매각에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매각 측으로서는 대한항공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내부정보를 고스란히 내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할 여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 표면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모펀드(PEF)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리즈널펀드를 비롯해 국내 토종 PEF까지 소진해야하는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는 역대 최대치인 상황이다. 자연스레 올해 몇 안되는 조단위 매물인 아시아나항공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는 산업은행을 통한 매각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IMM PE 등을 비롯한 자금력 있는 사모펀드들 상당수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PEF들로서는 항공사 1대주주가 되는데 있어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PEF는 투자자 구성이나 국적이 다양할 수 있는데 외국인이 주요주주가 되는 것을 막은 현행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일부 회사가 국토부에 아시아나항공 대주주로 사모펀드가 활동하는데 대한 의사를 타진했으나 "답변을 지금은 주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주관사인 CS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결국 PEF들로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는 국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침이다. AK그룹에 접촉한 PEF도 적지 않고 GS그룹 등도 참여의사만 확실하다면 컨소 구성이 가능한 후보로 꼽힌다.

      최대 관건은 이들 후보가 얼마만큼 '인수자금'을 감내할 의지가 있느냐로 꼽힌다.

      금호그룹은 최대한 비싼 값에 구주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다만 매각 기한이 길어지게 되면 채권단이 구주매각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채권단이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차등감자와 유상신주 발행 비율을 높일 여지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원매자를 확보해 매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초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의외로 흥행이 부진할 수 있다" , "차등감자 등이 이뤄진 다음에 대기업들이 참여의사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성이 거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각측의 종용으로 이런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