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에 '정부 지원'까지…반도체 소재 테마주도 '활활’
입력 2019.07.25 07:00|수정 2019.07.24 17:03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재 국산화' 가속하며 수혜 보지만
    사업 무관, 설비 갖추지 못한 업체들도 덩달아 출렁
    최태원 회장 언급에 10% 급락·후성 대표는 급등시기 보유지분 처분
    연 1조 쏟겠다는 정부 정책도 도마…정교한 전략 필요
    • 반도체 소재 공급을 둔 한·일 갈등이 본격화되며 주식 시장에선 '소재 국산화'와 관련된 테마주들도 기승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대 ‘큰 손’들이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데다 정부까지 뭉칫돈을 풀어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주가도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정작 일본의 이번 규제와 영향이 없거나 제대로 된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전문가들은 ‘투자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정교한 자금 투입 전략을 공식화하지 않을 경우, '묻지마 투자'가 더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일본경제산업성이 수출 규제를 결정한 품목은 ▲고순도불화수소(불산) ▲포토레지스트(EUV용) ▲플루오린 폴리이미드(CPI) 세 가지다. 업계에선 이 중 포토레지스트(EUV)의 경우 전량을 일본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단기간 내 국산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으로 꼽는다. CPI의 경우도 이미 삼성전자가 일부 재고를 확보해 타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삼성이 아예 기술 방향이 전혀 다른 글래스 소재(UTG)로 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를 고려할때 결국 단기적으로 소재 국산화가 가장 시급하고 밀접한 분야로는 고불화수소가 꼽힌다. 일본 정부는 구체적으로 '불소 함유량이 전체 중량의 30% 이상'인 불화수소를 규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현재 식각액 제조사인 솔브레인 등 국내 업체들과 접촉해 공정 적용 여부를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산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며 국내 반도체 소재 및 장비주들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본의 규제 방침이 알려지기 이전(지난달 28일) 대비 후성(76%), 솔브레인(46%), 동진쎄미켐(67%) 등 주가가 급등한 국내사들이 대표적이다. 불화수소 관련 업체로 알려진 램테크놀러지도 이번 이슈로 거래량만 무려 1000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매년 1조원, 총 6조원을 투입해 소재 국산화에 힘을 실을 것이란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 열기에 불을 붙였다.

      다른 반도체사 관계자는 "1조원을 어느 업체에 어떤 기준으로 쓸 건진 아직 업계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지만 업체 입장에선 위험 부담 탓에 자기 자본으로 투자를 주저했던 신사업 분야에도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또 금액과 무관하게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좀 더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하고 있고, 이는 소재사 입장에선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주가의 경우 단기 '이벤트'에 기반한 해석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품질 문제로 인해 국내산 적용에 어려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18일 직후 소재사들의 주가가 크게는 10% 가까이 폭락한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규제 대상 품목에 대한 '오해'가 광범휘하게 퍼진 점도 거론된다. 예를 들어 소재 국산화의 대장주 격으로 시장에서 언급된 특수가스업체 후성이 대표적이다. 주가는 급등했지만, 정작 사안에 따라 이번 규제와는 무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가 고점에 달한 22일엔 송한주 후성 대표이사가 보유지분의 절반(6만주)을 장내에서 처분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규제 대상은 불산도가스가 아닌 불산케미칼 원재료(Wet Chemical)이다보니 후성, SK머티리얼즈 등과는 무관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포토레지스트 분야의 A업체의 경우도 "규제 대상인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이미 특허를 확보했고 제품화를 추진중이다"며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선 양산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또 최근 주가가 급등한 불화수소 관련 소재 B사는 아직 양산과 관련한 승인 및 부지 확보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산화 절차에 돌입했다고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의문거리다. 국내 소재사들이 일부 일본업체들의 공급을 대체할 경우 점차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문제는 전체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을 유력하게 검토한 상황이다보니 실제 체감하는 매출 증가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베스트증권도 '감산과 국산화 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재사들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일부 대형증권사 내 리서치센터 등에선 아예 모든 국내 소재·장비주들을 테마주로 분류해 투자의견을 당분간 내지 않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 한·일간 갈등이 고조화되며 수급을 둔 우려가 커진 점은 맞지만, 일본업체들의 물량 반입이 아예 금지된 게 아니다보니 장기적으로 큰 구도 변화는 없을 것이란 논리다.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제시한 3가지 품목 외에도 추후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규제 대상이 될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보니 벌써부터 일부 소재·장비사들도 설명회(IR) 준비에 나선 모양새"라며 "실제 수혜를 볼 수 있는 곳도 있겠지만, 투자자들도 '옥석 가리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