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證, 정일문號 첫 실적 코웨이 매각에 달렸다
입력 2019.07.26 07:00|수정 2019.07.29 08:32
    한투, 코웨이 CB 투자로 재무건전성 악화
    NCR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에도 영향
    연내 매각 통해 재무건전성 높이려 할 듯
    • ‘정통 IB맨’으로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까지 오른 정일문 사장이 취임 첫해 코웨이 매각이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웨이에 인수금융과 전환사채(CB)투자로 1조 6000억원의 자금이 나가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이 때문에 다른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코웨이 주가에 따라서 충당금 부담도 커진다는 점에서 정 사장은 어떻게 해서든 연내 매각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을 비롯한 한국투자증권 경영진들이 코웨이 연내 매각을 위해 예비 인수 후보를 만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에 코웨이 인수금융과 CB투자를 단행하면서 구 NCR비율 비율이 이전 규제 수준으로 떨어졌다. 5000억원 규모의 CB는 총액인수를 했지만 이후 기관 재매각에 실패하면서 구 NCR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구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149%까지 떨어졌다. NCR비율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다. 신 NCR제도가 시행되기 전 금융위원회는 구 NCR 수치가▲150% 미만이면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120% 미만이면 경영개선 요구를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신 NCR제도가 시행되면서 자본 규제가 다소 느슨해지긴 했으나 신용평가사들은 여전히 구 NCR 지표를 기준으로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웅진코웨이 CB를 인수한 이후인 1분기 기준 NCR비율이 이전 감독당국 권고치 아래 수준으로 떨어졌다”라며 “현 상황에선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리거가 작동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6대 대형 증권사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증권의 구 NCR비율은 188%, 미래에셋대우는 168%, NH투자증권은 162%, 키움증권은 165%,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메리치증권 조차도 155%다. 신 NCR 수치로 보아도 2018년말 1016.9%에서 지난 1분기 803.5%로 전분기 대비 213.4%포인트 하락했다.

      신 NCR비율이 500%선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감독당국의 경영개선 관련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아직 이 수치까진 아직 여유가 있지만, 타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보면 신 NCR 수치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 이는 CB 셀다운(기관 재판매)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 기업여신은 손실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비율이 위험액으로 인식된다. CB는 기관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면서 한투가 지급보증을 한 상황이라 NCR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NCR이 계속해서 낮아질 경우 영업에도 제약이 생긴다. 주가마저 하락하게 될 경우 인수금융에 대해선 충당금마저 쌓아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CR이 한계선에 도달한 상황이라 매각을 통해서 재무건정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주가마저 하락할 경우 인수금융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속전속결로 매각을 진행하면서 자칫 웅진그룹과의 마찰 우려도 제기된다. 코웨이 매각에 4000억원을 투입한 웅진그룹 입장에선 제값을 받고 파는 게 중요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에 들어간 1조 6000억원 이상만 회수하면 되는 딜이다 보니 그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빨리 파는 게 회사차원에선 유리하다.

      하지만 2조원 이하로 매각되면 손실을 보는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자칫 주주들로부터 ‘배임’ 이슈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빨리 팔아야 한다는 한국투자증권과 2조원 이상에는 매각해야 한다는 웅진그룹의 입장이 부딪칠 경우 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SI들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자들이 생각하는 매각 가격은 주가를 감안해 2조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투자증권과 웅진그룹의 이해관계가 다른 현 상황에서 웅진그룹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매각에 도움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신 NCR 비율을 기준으로 감독당국의 규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위험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며 "2분기말 기준으로는 1분기말 대비 신 NCR비율 상승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