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관 물량 폭탄…"기관이 CJ 포기한 것 같다"는 말도
CJ가 주가 관리 '당위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니냐는 지적
주가 낮을수록 이선호 부장이 CJ㈜ 지분 매입하기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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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주가 하락세가 매섭다. 지난달 주당 10만원 아래로 내려오더니 이젠 7만원대로 떨어지면서 낙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과 CJ ENM 등 그룹 주력사들이 번갈아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탓이 크지만, 혹자들 사이에선 ‘기관이 CJ를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CJ㈜가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만큼, 주가 관리의 ‘당위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J㈜의 주가가 낮아질수록 지분승계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라, 시장에선 CJ그룹의 승계작업 움직임에 관심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관투자가의 CJ㈜에 대한 투자심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기관들은 지난 9일에만 CJ㈜ 주식 14만5354주를 순매도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CJ㈜의 주식거래량이 31만7900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도물량 ‘쏟아지는’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카드도 많지 않다. 그룹 핵심사업 중에선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사업 외엔 ‘좋다’고 자신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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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CJ㈜의 순자산가치(NAV) 구성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CJ㈜의 주가 향방에 CJ제일제당이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크지만 CJ제일제당도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또한 대내외 매크로 변수가 CJ제일제당과 CJ㈜의 주가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라 주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CJ제일제당은 원료를 수입하고 이를 가공해서 파는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가치가 절하될수록, CJ제일제당의 수익성에 치명적이란 우려다. 실제로 식음료는 주식시장에서 ‘원화강세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CJ그룹은 글로벌 시장 중에서도 ‘미국’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숨고르기 중이지만 앞으로 진행하게 될 글로벌 M&A는 원화약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의 주가 향방에 대해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아마 ‘바닥을 모르겠다’고 평가할 것”이라며 “그룹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호재’라고 볼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 나름대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하는 등 주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고민만’ 하고 있다는 혹평이다. 일부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반면, CJ㈜는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는 지적이다.
CJ㈜가 주가 관리 ‘당위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015년 8월에 30만원대에서 움직이던 CJ㈜의 주가가 2019년 8월엔 7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CJ그룹의 경각심이 시장에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다.
CJ㈜의 최대주주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 보유 지분율(보통주 기준)이 42.07%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주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을 매입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지분승계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CJ그룹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최고세율은 50%로, 대기업 최대주주의 경우 10~30%의 할증률이 가산돼 최고 65%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재현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가가 낮아지면 같은 지분이라도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 특히 지난 9일 상장한 신형우선주를 활용하면 상속 부담은 더 줄어든다. 신형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며, 일반적으로 보통주의 움직임에 연동된다.
또한 CJ㈜의 보통주와 신형우선주 주가가 낮게 형성되면 지분승계뿐만 아니라, 이선호 부장이 직접 주식을 매입하기도 좋은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꺾인 것과 별개로 CJ㈜의 주가 하락세는 밸류에이션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그 중 하나는 ‘3세 승계 작업’과 연관될 것”이라며 “오너일가가 CJ㈜의 신형우선주 또는 보통주를 매입하는 시점이 CJ㈜의 ‘진짜 바닥’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선 쉽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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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8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