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80조 투자 발표 1년 …'전자·디스플레이' 수주 사라진 삼성물산
입력 2019.08.26 07:00|수정 2019.08.28 09:51
    삼성물산 관계사 수주 비중 1%대…수주잔고 매년 감소세
    삼성ENG, 전자·디스플레이 수주 올해 ‘제로’
    업황 부진에 대외변수 겹쳐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 거취 불확실성이 투자 위축 요인
    • 18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된지 1년이 지났다. 생산 설비의 증설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은 반사이익을 기대했으나 실질적인 관계사 수주는 예년만 못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업황 부진이 장기화했고, 일본과 무역 분쟁과 같은 대외 변수가 발생하면서 전방산업의 투자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잔뜩 움츠린 그룹의 전략적 기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올해 관계사로부터 수주받은 공사물량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매년 5조원 이상씩 관계사 공사 물량을 수주해 왔다. 한 해 전체 수주에서 관계사 수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77%에 달하기도 했으나,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수주 대비 관계사 수주 비중은 크게 줄었다.

      그룹 수주물량의 감소는 수주 잔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매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화공·플랜트 설비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는 201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3건의 관계사 수주를 받았다. 반면 올해엔 관계사 수주를 단 한건도 올리지 못했다. 올 상반기 기준 신규 수주 물량은 1조48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600억원) 대비 76% 감소했다. 수주 잔고는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극심한 기저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 업종의 특성상 하반기에 수주가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양사의 전체 수주실적, 특히 관계사 수주 물량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권사 건설업종 연구원은 “작년과 비교해 삼성물산의 신규 수주와 수주 잔고 모두 감소했다”며 “건설수주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올해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삼성물산의 연간 목표 수주액(11조7000억원) 달성은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고 했다.

      계열사 수주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외부 수주의 비중이 높아진 것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관계사 물량의 감소는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수주의 감소를 의미한다. 반대로 외부 수주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위험성이 높은 사업의 비중이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관계사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수주의 포트폴리오 균형이 깨진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며 “관계사 수주가 줄어든 악영향은 1~2년 후 실적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국내법인과 해외법인을 막론하고 삼성그룹 관계사의 공장 설비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도맡아 왔다.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탓에 삼성그룹 제조 계열사 외에 외국계 법인 또는 외국인들이 공사에 참여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 결국 삼성그룹 차원의 발주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은 꺾이기 시작했다. 모바일(IM)부문에도 위기론은 확산하고 있다. 고동진 사장은 “연말엔 ‘내년엔 위기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절박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삼성전자는 결국 대규모 주주환원책 시행을 연기했다. 지난해 밝힌 최대 180조원의 투자도 당분간 적극적인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 기준 6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하면서, OLED 공장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를 ‘제 1 타깃’으로 삼은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가시화하면서 삼성그룹 전반에 걸친 위기론은 더 커졌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그룹 차원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제 1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입장에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재벌 개혁’을 앞세운 기조를 쉽게 바뀌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분식회계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실제로, 시장에선 이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