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유나이티드도 실패한 LCC…아시아나항공 통매각 원칙 지켜질까
입력 2019.08.28 07:00|수정 2019.08.29 16:13
    내달 3일 예비입찰…채권단 통매각 원칙 고수
    사실상 FSC+LCC 운영할 인수 후보 없어
    해외 대형 항공사 잇따른 LCC 사업 실패
    ‘채권단 통매각 원칙 지켜질까’에 관심
    •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물망에 오른 인수후보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잠잠하다. 채권단은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형 항공사(FSC)와 저가항공사(LCC)를 모두 운영할 역량 또는 자본력을 갖춘 인수 후보는 사실상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다.

      현재 상황에서 인수 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의 항공사를 동시에 운영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인수 후 막대한 자본 투입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유수의 국적 항공사들도 LCC 운영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항공사의 운영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인수 후보기업들의 면면을 고려할 때, 채권단의 통매각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지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예비입찰은 내달 3일 치러진다. 당초 예상과 달리, 대기업들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신세계는 삼성증권을 통해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오너일가가 직접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주요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인수 후보는 AK그룹과 GS그룹, 행동주의펀드 KCGI 정도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참여도 예상되는데, 단독으로는 인수전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면 아래서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중견기업 또는 중소형 항공사들의 참여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번 매각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강화란 점을 고려할 때, 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는 LCC 업계에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생존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통매각 원칙이 발표되면서 지주회사법에 영향을 받는 SK그룹의 참여 유인은 떨어졌다.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AK그룹이 GS그룹에 공동인수를 제안한 것도 유형이 다른 다수의 항공사 경영에 대한 부담, 이에 따라 추후에 분리 경영을 염두에 둔 전략이란 평가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편의상 3개의 항공사를 통으로 매각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생각이겠지만, 실질적으로 FSC와 LCC 모두 운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만약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이번에 성공하더라도, 인수자는 추후 아시아나항공에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분리해 재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항공사들의 LCC 운영 실패사례는 다수 발견된다.

    • 1997년 설립된 독립계 LCC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은 미국 대형 항공사들의 LCC 설립 바람을 일으켰다.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던 제트블루의 사업모델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대형 항공사들의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현재 글로벌 항공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델타항공(Delta Airlines)은 LCC 자회사 송에어(Song Air)를 설립, 2003년 운항을 시작했다. 당시 제트블루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죽시트·위성TV·게임 등이 비치된 좌석에 음료까지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막상 영업을 시작하자 수요예측에 비해 고객이 워낙 적었고, 경영난에 시달렸다. 송에어는 2005년 결국 델타항공과 합병했다.

      비슷한 시기 세계 2위권 규모인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도 테드(TED Airlines)란 LCC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며 파산직전에 몰렸던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저비용 항공사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펼쳤으나, 2008년 유가상승에 치명타를 입으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

      캐나다의 대표적인 항공사 에어캐나다(Air Canada)도 마찬가지다. 2001년 10월 에어캐나다 탱고(Air Canada Tango)란 LCC 자회사를 출범했다. LCC 간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봤다. 그러나 수요 부진으로 운항을 중단했고, 경쟁하던 독립계 LCC 웨스트젯(Westjet)과의 경쟁에서도 밀렸다. 결국 2004년 에어캐나다와 합병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다.

      영국항공(British airway)은 1998년 LCC 자회사 ‘고(GO)’를 섭립해 운영했다. 설립 초기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모회사와의 운항노선이 겹치는 등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모회사와의 임금 격차에 따른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고, 전략적으로 노선을 조정하면서 수익이 감소하는 경영난을 겪었다. 결국 2001년에 영국 독립계 LCC 이지제트(EasyJet)에 매각됐다.

      네덜란드의 국적항공사 KLM네덜란드항공(KLM Royal Dutch Airlines)은 2001년 KLM버즈(Buzzaway)를 설립해 운영했지만 극단적인 저비용 구조로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 사례다. 열악한 서비스, 부적절한 항공기 편성 등 구조적인 문제가 늘 거론됐다. 유럽의 경기침체, 독일·프랑스 저가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만년 적자에 시달렸다. 결국 2004년 영국의 독립계 저비용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 air)에 2400만달러, 우리돈 약 300억원에 매각됐다.

      국내 LCC 업계의 상황도 과거 미국과 유럽과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에선 6곳의 LCC가 운항하고 있다. 이중 3곳(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자회사이다. LCC의 6곳의 국제선 점유율은 매년 상승추세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항공사 담당 한 연구원은 “실패한 LCC 대부분이 대형 국적항공사가 LCC의 견제 수단으로 설립한 회사들이다"며 “국내 대형사들의 LCC 자회사들 또한 독립계 LCC와 비교해 확실한 가격 경쟁력 또는 수익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서비스 없이는 중장기적으론 생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