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가입한 착한 펀드?…韓日관계 악화해야 수익날 펀드
입력 2019.08.28 08:42|수정 2019.08.30 09:24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직접 NH농협은행을 찾아 ‘부품·소재·장비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했다. 생애 처음으로 펀드에 가입한 문 대통령은 해당 펀드가 수익 절반을 관련 산업에 재투자하는 ‘아주 착한(?) 펀드’임을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사모펀드 투자로 홍역을 치르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에선 대통령의 펀드 가입 장면을 두고 말들이 많다.

      펀드의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 대통령은 ‘극일(克日)’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운용보수의 절반을 기부하는 해당 펀드는 적어도 ‘수익률 극대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는 다른 펀드의 전략과는 달라 보인다.

      대통령이 펀드에 가입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은 문 대통령만은 아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시절 ‘경제살리기 주식 1호 펀드’에 가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코스닥 투자펀드(8000만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년희망펀드 1호(2000만원)’에 가입했다. 역대 정권의 경제 정책과 성격이 유사한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경제 정책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강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가입한 펀드들과 ‘필승코리아 펀드’의 성격은 다소 다르다. 외교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소재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일본과의 향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 오히려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얘길하자면 필승코리아 펀드는 결국 한일 관계가 악화할수록, 일본산 부품 또는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수익률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바라는 정치적·외교적 상황과 정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길 바라야 한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과 시장 전체의 수익률이 반비례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 같은 이벤트성 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이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운용보수도 적을뿐더러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보수가 현격히 적다는 점은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유인을 떨어뜨린다.

      이번 펀드가 결국 수익률보단 회사의 상품·마케팅 효과를 노린 측면의 전략이 더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 회사는 대통령의 펀드 가입과 관련한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지만, 이번 펀드 출시로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이달 1일 취임 후 출시한 첫 상품이기도 하다. 배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초까지 NH아문디자산운용의 마케팅부문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 이번 펀드를 다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자칫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국경이 없는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을 무시한 마케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농협금융지주(60%)와 프랑스 아문디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수익률보단 ‘반일’과 ‘애국’에 방점이 찍힌 이번 펀드의 출시를 아문디그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배영훈 대표는 이달 초 취임하며 “업계 5위 운용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주주사인 농협금융그룹과 아문디와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업계 수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 ‘극일’과 ‘애국’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