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는 축소하고 현대카드는 구경만
'자동차금융은 단기 전략' 지적도...수익성 저하
CEO 인사와 연계된 카드사 움직임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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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들이 자동차금융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소비 침체에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겹쳤고, 신용판매 부문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금융은 매년 시장 규모가 30~40%씩 확대되는 유일한 사업부문으로 꼽힌다.
은행계 카드사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일단 신한카드는 시장을 선점했고, 여기에 KB카드가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 1위인 삼성카드는 발을 빼고 있고,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 눈치만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국민카드다. 2016년 사업을 시작해 불과 3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잔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자동차 할부리스 실행 규모는 7380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연간 실적96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KB카드 총자산은 3분기말 기준 22조5000억여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 이상 늘었다. 경쟁사와는 달리 3분기 신용카드 수수료 이익이 전분기 대비 17.5%나 늘어난 것 역시 자동차금융 부문의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덕분에 KB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KB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 1위 계열사로 올라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57%로, 자산 10조원 이상 계열사 중 KB캐피탈(12.52%) 다음으로 높다. 비은행 부문 성장을 선도하던 증권과 손해보험이 주춤하는 사이, 카드사가 지주 계열사에서 순이익으로는 2인자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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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자동차금융 부문 자산이 4조7000억여원에 달하는 시장 선도 사업자다. 신용카드판매 부문의 뚜렷한 정체에도 영업자산은 계속 성장하고, 순이익 규모는 매년 5000억원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상당부분 자동차금융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카드는 주로 '오토론' 대출 상품으로 자동차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시장 선도사업자인데다 특히 올 상반기 공격적으로 금리를 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41%였던 신한카드의 카드사 자동차금융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46%로 늘어났다.
3분기 누적 기준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관련 영업수익은 2조20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늘었다. 분기별로는 2분기에 비해 1.4% 역성장했다.
신용카드 판매 부문의 제자리 걸음은 수년간 지속 중이다. 반면 할부금융과 리스 부문 영업수익은 같은 기간 각각 22.3%, 54.0% 늘었다. 자동차금융 취급액이 늘어나며 총자산도 3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말 기준 신한카드 총자산은 31조3600억여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6%나 성장했다. 올해 말 영업자산 30조원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신한카드와 KB카드 두 회사 모두 올해 말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이동철 KB카드 사장 모두 차기 지주 회장 후보군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지주에서 기획·전략 등 핵심 업무를 총괄하다 계열사로 내려가 '경영능력'을 점검받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여기서 오는 우려도 존재한다.
두 카드사 모두 현직 사장 재임 기간 레버리지비율이 급증했다. 실적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임영진 사장 부임 전인 2016년말 4.1배였던 신한카드 레버리지비율은 3분기 말 현재 5.1배로 뛰어올랐다. KB카드는 2017년말 4.4배에서 3분기 말 현재 5.6배가 됐다. 규정상 신용카드사 레버리지비율은 6배를 넘어선 안된다.
두 카드사의 공격적인 자동차금융 진출이 향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사의 기본적인 영업환경은 레버리지비율 규제에 묶여있는데,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자동차금융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신용카드사의 자동차금융 시장 성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알 수 없다. 원래 자동차금융 시장은 현대캐피탈 등 할부금융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카드사들의 약진은 금리를 앞세워 리스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스사와 카드사의 자동차금융 시장 점유율은 올해 연말께 역전될 전망이다. 더 빼앗아 올 파이가 충분치 않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KB카드의 자동차금융 집중 전략은 단기적인 해법일 수밖에 없다"며 "현 최고경영진이 퇴임, 혹은 '영전'한 이후에 회사를 맡을 후임 경영자는 한동안 골머리를 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계 카드사들 가운데 삼성카드의 경우,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금융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2조6000억원에 달했던 삼성카드의 자동차금융 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조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자산과 외형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매각'을 대비한 몸집 줄이기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특히 정부의 수수료율 인하 정책 도입 이후 삼성카드는 수익성이 좋은 우량 자산만 남기고 저수익성 자산을 정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카드는 올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의 자산을 줄였는데, 이 중 6000억원 가량이 자동차금융 자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비용에 손을 댔다. 올 상반기 기준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억원, 20% 줄이는 등 영업비용을 축소했다. 기부금 등 영업 외 비용도 줄였다. 덕분에 자산의 대규모 축소에도 수익성은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지난해 1.4%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총자산이익률이 올 상반기 1.7%로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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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카드사 가운데 가장 애매한 포지션을 취한 곳은 현재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카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지만, 자동차금융은 사실상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독식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일시불'로만 자동차금융을 취급한다. 일시불로 차량을 구매하는 시장 수요를 생각하면 거의 무의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신차 구매 시장 규모를 추월한 중고차 구매 시장까지 현대캐피탈에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자동차 관리 플랫폼인 '플카'를 통해 인증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한 까닭이다.
한쪽에서는 자동차금융 시장 진출 과열까지 언급되는 마당에, 현대카드는 그룹의 역할분배로 인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카드의 핵심 수익원은 여전히 영업자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드론'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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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