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완전 편입 나선 신한금융, 변수는 주가·배당
입력 2019.11.20 07:00|수정 2019.11.21 11:14
    '고가 인수' 이후 완전자회사화로 단가 낮추는 신한지주
    차액 실현·배당 덕도 볼 듯…저번 인수보다 주당가격 低
    '꺾일 배당수익률·주가 변수'에 오렌지라이프 주주 고민
    신한지주는 '자신만만'…해외 기관투자가 태도변화 주목
    •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인수 1년 만에 완전자회사 편입 작업에 착수했다. 공개매수가 아닌, 포괄적 주식교환을 선택해 주주총회에서 판가름이 난다. 현재 신한지주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주총 결의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주총일 전까지의 오렌지라이프 주가 추이와, 배당성향 축소에 따른 국내외 기관의 반발심리 등이 꼽힌다. 신한지주는 이를 감안해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올해 연간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수 주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1월1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한지주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다. 주식 교환비율은 1대 0.66이다. 오렌지라이프 주식 3주를 신한지주 2주로 바꿔주는 구조다. 오렌지라이프 지분 40.85%가 신한지주 지분 4.66%로 바뀌고,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오렌지라이프의 완전자회사화는 경영권 인수 당시부터 염두에 둔 그림이다. 신한지주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주요 계열사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있다. 그룹 재무제표에 주력 계열사의 수익과 순손익이 완전히 반영되는 구조다.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시 올해 예상실적 기준 1200억여원 이상의 순이익이 지주 순이익에 추가로 반영될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지난해 9월 경영권지분 인수시 신한지주는 MBK파트너스에 주당 4만7400원, 총 2조3000억여원을 지불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 수준으로, 당시 주가 대비 30% 이상 프리미엄을 얹어줬다. 이번 주식교환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 지분 매수 단가는 주당 2만8600원 수준으로, PBR로 따지면 0.7배 정도의 가치다. 주당 매수단가가 3만9700여원으로 떨어지며 최종적으로 PBR 1배에 오렌지라이프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계상 이득도 예상된다. 신한지주는 '영업권 조정' 방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차익을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오렌지라이프의 영업권을 조정해 470억원 가량의 이익을 인식했다. 일종의 염가매수차익으로 해석된다. KB금융지주도 2015년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 인수 후 완전자회사 과정에서 비슷한 구조로 상당한 수준의 차익을 회계에 반영했다.

      주식교환은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신한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지분율은 59.15%로 전체 주식이 참석한다 해도 8%의 찬성표만 더 확보하면 특별결의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40.85%의 유동 주식 중 상당수인 28.73%가 외국인 지분이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개인 소액주주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번 주식교환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주총이 수월해질 수도, 부침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의 최대주주이던 시절 고배당 정책에 이끌려 투자를 집행한 자본들로 분석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연간 시가배당률은 9.3%였다. 올해에도 8.8% 수준으로 예상된다. 오렌지라이프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은 지난해 기준 68%에 달했다.

      주식교환 후 이들이 받을 신한지주는 배당성향 및 시가배당률이 이보다 떨어진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기준 24%였고, 올해엔 이보단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3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시가배당률은 5%대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올해 금융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이다.

      신한지주와 오렌지라이프가 1월10일로 주총일을 잡은 건 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연말 배당기산일을 넘기고 주총을 진행함으로써, 현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에게 연간 배당을 보장한 것이다. 배당 축소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상장된 두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가의 흐름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주식교환은 오렌지라이프 측 주주들의 반대로 인한 주식매수청구권 합산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면 취소할 수 있다. 신한지주 주주들에겐 소규모 주식교환에 해당돼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 오렌지라이프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2만8235원이다. 현 주가는 2만80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만약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2만8235원 아래로 크게 하락한다면 주주 입장에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이득이다. 일부 펀드의 경우 실제로 내부 규정을 통해 '주식매수청구가가 현 주가보다 높다면 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운용 규칙을 두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급등해 교환가액인 2만8608원을 넘어선다면 신한지주 주가 추이를 함께 살펴 교환비율을 검토해볼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 주식의 가격이 오르고, 신한지주 주식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신한지주 주식을 교부받은 이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의 배당과 관련해 신한지주와 오렌지라이프 주주의 이익은 상충한다"며 "신한지주 입장에서 완전자회사 편입은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 주주들과)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