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 손 보고 특성인사 전진배치한 증권사들, 올해 성과는?
입력 2019.11.22 07:00|수정 2019.11.21 17:50
    미래에셋, 트레이딩 부문 실적 큰 폭 증가 '안정성 커'
    NH證 KPI 변경 후 실적 '무난'...홀세일은 좀 더 지켜봐야
    각각 본부장급 영입한 KB·신한證, '올해보단 내년'
    • 올해 '증권업 불황'을 내다보고 지난해 전략적 포석을 진행한 주요 증권사들의 연간 성과가 드러났다. 성과지표(KPI)를 손 보고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을 외부 영입해 전진 배치한 효과는 각 사별로 천차만별이었다는 평가다.

      취약 부문 혹은 신규 육성 부문에 대한 보완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만큼, 내부 분위기의 변화는 감지된다. 다만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한 사례도 눈에 띈다.

      지난해 증권가 최대 화제 중 하나는 한국투자증권 파생부문을 책임지던 김성락 본부장과 김연추 차장의 미래에셋대우 입사였다. 프로스포츠구단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이 연상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고, 이적료로 100억원을 보장받았다는 등의 무성한 소문이 뒤따랐다.

      미래에셋대우 트레이딩1부문 대표를 맡은 김성락 부사장과 에쿼티파생본부를 맡은 김연추 상무의 올해 성과는 어땠을까. 두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도 각각 13억여원, 15억여원의 보수를 받으며 증권가 최고 연봉 수령자의 반열에 올랐다. 최현만 수석부회장(18억여원)과 맞먹는 액수다.

      자기자본투자(PI)를 포함한 미래에셋대우 트레이딩 부문 전체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트레이딩 부문은 파생상품 등 운용 실패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순영업수익이 499억원에 불과했다. 올해엔 상반기 2900억원, 3분기 누적 기준 4420억원의 순영업수익을 올렸다.

      트레이딩 부문의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수익비중은 9.8%에 불과했다. 올해엔 3분기 말까지 36.2%로 1위다. 미래에셋대우가 누적 3분기만에 사상 최대인 5223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한 건 트레이딩 부문의 약진이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에 힘입어 미래에셋대우의 누적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로 대우증권 합병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 수 ROE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김성락 부사장과 김연추 본부장만의 성과는 아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특정인에 기댄 매출 성장은 아니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파생 운용 파트가 보완되고, 시장금리의 가파른 하락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급증하며 전반적으로 트레이딩 부문의 안정성이 강화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 '과정 가치'를 전면 도입하며 한 발 앞서 KPI를 개편한 NH투자증권의 올해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5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98억원 대비 3% 성장했다. 다만 ROE는 9,5%에서 9.2%로 소폭 하락했다.

      수익보다는 고객 위주의 접근·접촉을 강조하며 금융상품 판매 및 IB영역에서의 실적 저하가 우려됐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3분기 누적 기준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이익은 6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6억원 대비 하락했다. 다만 같은 기간 IB수익은 911억원에서 1991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에서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 때문으로 분석된다.

      NH투자증권은 홀세일(Wholesale;기관대상 영업)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김태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영업총괄을 부사장으로 영업했다. 김 부사장은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지만, 평판과 관련해 다소 이슈가 있는 인물로 선임 당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 상반기 NH투자증권 홀세일사업부 영업이익은 446억원으로, NH투자증권 홀세일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95억원, 직전 반기인 지난해 하반기엔 347억원이었다.

      수치만 보면 개선이 뚜렷하지만,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인해 사업영역이 조정되며 직접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홀세일사업부는 금융상품 및 국내외 주식영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김 부사장 영입과 함께 신설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JP모건 ECM 부문을 총괄하던 제이슨 황 대표를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을 담당하는 기업금융2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채권시장(DCM)의 '산 증인'인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전통 IB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었다.

      올해 3분기 말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기준 신한금융투자는 ECM 부문에서 종합 주관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비 한 계단 상승한 것이다. 주요 실적은 대부분 중견·중소그룹 유상증자에서 나왔다. 그룹과 연계한 GIB(상업투자은행) 조직의 성과로 꼽힌다.

      다만 시장의 부침 때문에 ECM 관련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이슨 황 본부장은 취임 5개월차로 아직 인사로 인한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IB출신 전무급 본부장 취임함에 따라 인사 적체 우려가 줄었고, 사내에서도 힘이 실리며 부서 확대 등이 언급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NH투자증권에서 여의도 파크원프로젝트 등을 담당한 김덕규 상무 및 부동산금융본부 10여명을 통째로 영입하며 증권가의 관심을 모았다. 통합 KB증권의 부동산 부문을 담당하던 옛 현대증권 출신 인력들이 일부 이탈하며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KB증권의 IB부문 영업이익은 12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 성장했다. KB증권은 '전통 IB부문은 물론 및 부동산·구조화 등 성과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올해 일산자이 3차분양, 대림역88월드타워 개발 등의 중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거래에 금융주선사로 참여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헤드급 인재 영입은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좀 더 긴 관점에서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며 "올해 실적보다는 내년 이후 추이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